초고속 인터넷 보급으로 전자상거래와 정보교류가 급증함에 따라 정보보안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해킹 기법이 고도화되고 있는데다 사생활 침해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정보보안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보안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65% 늘어난 1천5백30억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05년까지 연평균 6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주요 정보보호 제품의 시장성장률(연평균 28%)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IT(정보기술)산업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하면 보안시장의 고성장세는 주목할만 하다. 국내 정보보호업체들의 주요고객은 민간기업(48.8%)과 공공기관(31.7%)이다. 앞으로 금융기관과 교육기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보보안 시장 규모나 성숙도 측면에선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세계의 3%선에 불과한데다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보안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IDC는 "시장 형성기에 있는 많은 제품들을 둘러싸고 저가 덤핑공세가 벌어지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올해안에 상당수 기업이 도태하고 우량업체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보호업체들의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전산망 보안 실태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지난해 11월 국내 사이버쇼핑몰과 공공기관,일반기업 등 1천여개 기관의 정보보호 실태를 점검한 결과 개인정보 암호화 장치를 사용한 기관은 조사 대상의 10%에 불과했다. 90% 이상은 보안시스템이 극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대형 해킹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세계 해커들도 보안이 취약한 국내 전산망을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을 공격하기 위한 코드레드 바이러스에 국내 4만대 이상의 서버가 감염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해커들의 표적이 되는 주요 전산망은 보안이 비교적 철저하지만 일반 PC방이나 중소기업, 학교 등은 무방비상태인 경우가 많다. 해외기업들의 정보보안 투자는 국내기업보다 훨씬 많다. 50개 주요 외국기업 보안 책임자와 인터뷰한 결과 내년에 보안분야에 작년보다 55% 많은 비용을 투자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아웃소싱과 컨설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정보보호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 정보보호는 기업과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는 추세다. 체계적인 대응과 전략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