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남성중심적 문화의 상징이던 브라질의 마초(macho)법이 없어진다는 소식이다. 마초법이란 첫날밤 신부가 처녀가 아니면 신랑에게 결혼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1916년부터 민법에 명시됐다. 20여년 동안 여성계의 철폐 노력이 계속됐으나 안되다가 최근 민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마침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기사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에 아직도 그런 전근대적인 법이 있다니"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터키에선 최근 보건장관이 간호사와 조산원 등 보건요원 양성기관 여학생중 의심스러운 사람에겐 처녀성 검사를 실시하고 처녀가 아니면 퇴학은 물론 공립학교엔 일절 입학할 수 없도록 지시했다는 보도고 보면 마초법은 '양반'인 셈이다. 터키의 경우 99년 10대 고아소녀 5명이 처녀성 검사에 항의,자살하는 사건 이후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10대 소녀 보호를 이유로 또다시 시행방침을 들고 나왔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선 아직도 혼전 순결유지와 성적 욕구 억제를 목적으로 한 여성 할례가 실시된다. 특히 소말리아 지부티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등 중북부 아프리카에서는 미혼여성의 60∼90%가 할례 때문에 신음한다는 보고다. 시술시 고통이 끔찍한 건 물론 골반염 파상풍 불임증 등 참담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만큼 이집트에선 59년,케냐에선 82년 법적으로 금지했는데도 의식과 종교를 이유로 근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여성의 혼전 순결을 겉으로 문제삼는 일은 드물다. 99년 개봉된 '처녀들의 저녁식사'(감독 임상수)에서 여주인공 순이는 처녀성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건 물론 '결혼은 싫고 아기만 갖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의 애인과 하룻밤을 보낼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나온 '오 수정'(감독 홍상수)은 분방한 척 하던 여주인공이 알고 보니 처녀인 사실에 남자주인공이 놀라고 고마워한다는 설정으로 순결에 대한 우리사회의 의식을 드러냈다. 마초법의 폐지는 가부장제가 더이상 설 곳이 없음을 뜻하거니와 그렇더라도 혼전 순결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