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IMF졸업 官治극복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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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부터 빌린 돈을 오늘 완전히 갚게 된다니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경제주권' 회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신인도 상승으로 얻게 되는 실리 또한 없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IMF체제 졸업'을 축하하는 말들이 공허하게 들릴 정도로 요즘 우리경제 형편이 매우 어려운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초래한 근본원인들이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제회생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 것 같다.
지표로만 보면 구제금융을 받은 지난 97년말에 비해 사정이 크게 좋아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거의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고가 이달에 9백77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고,총외채 규모도 1천2백70억달러로 약 3백20억달러 감소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인 단기외채가 절반 이상 줄었고,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선에서 32%로 낮아져 적어도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데다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직면한 경제난은 외환위기 때에 버금갈 정도로 심하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른 미국경기 하강,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산업의 극심한 침체,교역조건 악화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하지만 정말로 걱정되는 것은 지난 몇년동안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약점들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정부당국이 사사건건 개입하고 지시하는 관치금융, 더 나아가 관치경제 체질이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구조화되고 있어 문제다.
경위야 어떻든 거의 모든 시중은행들이 국영은행화 된 탓으로 경제전반에 대한 정부당국의 입김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근본원인이 관치경제 구조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투신사의 대우채권 과다매입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은행 민영화를 서두르고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기업의욕을 북돋아야 마땅하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관치경제를 극복하고 민간주도의 시장경제를 되살리는 것이야 말로 IMF체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첩경이 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