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코스닥시장의 새로운 장기 투자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시의 반등 기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서도 지난 2개월 동안 순매수로 일관,코스닥 시장의 '작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이 최근 고점에서 하락세로 접어든 지난 6월20일부터 본격적인 순매수에 들어가 지난 21일까지 2개월여 동안 단 5일을 빼고는 모두 매수 우위를 보였다. 5번의 순매도 규모도 1일 기준으로 1억∼3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이 기간에 연기금이 사들인 순매수 규모는 4백83억원에 이른다고 코스닥증권시장측은 밝혔다. 종목은 장기 투자자답게 철저한 실적 중심의 우량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 경기 부진 속에서도 올 상반기 뛰어난 실적을 올린 KTF 국민카드 휴맥스 등에 집중돼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연기금은 주식 매매횟수(회전율)를 제한하는 등 펀더멘털 중심의 투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장기적인 가치 투자자들은 연기금의 투자방식을 배워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실적 좋아진 업종 대표주 집중매입=KTF SBS 옥션 휴맥스 기업은행 국민카드 CJ39쇼핑 하림 LG홈쇼핑 등을 주로 매입했다. 코스닥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실적이 대부분 크게 좋아진 기업들이다. 가장 많은 7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KTF는 1천1백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국민카드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91%나 증가했다. 또 휴맥스도 1백54%에 달하는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옥션은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엔써커뮤니티 아큐텍반도체 인투스테크놀로지 등은 주요 순매도 대상이었다. ◇연기금 투자가이드 라인=연기금이 장기 투자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자체 '투자 가이드라인'(주식운용제한 범위)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민연금 교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은 대부분 △최근 3년간 연속 당기순손실 기업을 비롯해 △관리종목 △코스닥 투자유의종목 △작전 의심종목 등에 대해 투자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특히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거래 회전율까지 연간 3백%로 제한하고 있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연기금이 꾸준히 투자하는 종목의 경우 장기적인 펀더멘털 측면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KGI증권의 유제우 연구위원은 "연기금이 투자하는 기업의 경우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는 종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기 불안으로 시장 전체가 내려 앉으면서 주가가 동반하락해 실적중심의 업종 대표주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싸졌다는 설명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