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증시가 미국에서 불어 닥친 폭풍을 견뎌내며 이틀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상승은 반도체가 끌고 대중주가 밀었다. 주가는 미국 증시 하락 외풍에 잠시 주춤했을 뿐 별다른 동요 없이 줄곧 위쪽만 바라봤다. 중간상 사재기, 주문출하율 호전 등 반도체 호재가 나스닥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개인은 오전엔 건설주, 오후엔 증권주를 매집하며 꺼져가던 유동성 기대의 불씨를 살렸다. 김인수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세에 의한 반도체 상승이 지수 안전판 역할을 한 가운데 대중주를 중심으로 활발한 순환매가 진행됐다”며 “개인을 중심으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순환매 종목 또한 몇몇 저가주로 국한돼 있어 추가 상승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8월 급등세를 주도했던 건설주와 증권주가 강세 피로감으로 시세탄력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주 후반 주가는 새로운 주도주 발굴에 실패할 경우 종합지수 560~580 박스권에 묶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뉴욕 증시가 계속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지수는 하락압력에 노출되며 박스권 아래로 출렁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겠다. 반도체장비 주문출하율이 3개월째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출하 감소에 힘입었고 여전히 주문출하 균형점인 1 아래서 맴돌고 있어 섣부른 반도체 바닥론을 경계하라는 지적이다. 수요일 일본, 대만 등 주변 아시아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가 너무 서둘렀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도체 열기를 촉발했던 외국인도 삼성전자 매수 보다는 하이닉스 매도에 더 치중했다. 조용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 동안 주도주로 시세를 이끌었던 건설주와 증권주가 머니게임 양상을 거치면서 몇몇 외국인 선호종목 중심으로 슬림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따라서 지수의 추가상승보다는 조정쪽에 무게를 두고 이익실현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권고했다. 화요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들어 일곱번째 금리인하를 발표했다. 은행간 콜거래에 적용되는 연방기금금리는 0.25%포인트 내린 3.50%로 지난 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문에서 FRB는 미국 경제가 물가상승보다는 경기둔화 위험에 기울어 있다고 언급, 경기회복 기대를 멀찌감치 후퇴시켰고 뉴욕 증시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목요일 뉴욕 증시는 뚜렷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급락에 따른 반등이 시도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유럽증시가 미처 소화하지 못한 미 증시 급락세에 밀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 경우 반도체 강세를 선반영한 국내 증시는 박스권 횡보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