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국내 반도체 산업이 상당한 생산 및 재고 조정의 필요성을 가져 반도체 산업이 주도하는 국내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내수 증진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KDI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세계 반도체 경기 영향을 크게 받고 타산업과 연관관계도 높지 않아 향후 타제조업 경기가 반도체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이날 '반도체 산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반도체 생산 및 수출이 타제조업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전체 생산·수출 감소폭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반도체와 타제조업 생산 활동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올 들어 반도체 생산이 타제조업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산업생산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해 8월 전산업과 반도체 산업생산 증가율은 각각 24.8%, 69.1%에서 지난 6월 -2.7%, -16.1%를 기록했으나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는 12.9%(2000. 8)에서 2.3%(2001. 6)로 낙폭이 크지 않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만 해도 전체 수출 증가폭 확대에 기여한 반면 최근에는 전체 수출 감소폭을 심화시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반도체 수출금액 증가율(69.4%)은 지난해 8월을 정점으로 급격히 둔화돼 지난 1월이후 감소세로 반전돼 6월까지 감소폭이 심화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 7월 반도체 수출액이 월별 실적으론 지난 94년 2월이후 7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1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KDI는 "최근 반도체 수출 감소 규모는 과거 1996년의 반도체 경기침체기를 능가한다"며 "그러나 이같은 추세는 수출단가의 하락에 주로 기인하며 수출 물량 증가율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990년 1/4분기부터 2001년 2/4분기 동안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반도체와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 상관계수는 0.14로 섬유의복(0.92), 자동차(0.85) 등의 상관계수에 비해 크게 낮다고 말했다. KDI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세계 반도체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뿐 아니라 타 산업과의 연관관계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직후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생산이 급격히 감소세를 기록한 반면 반도체 생산은 대폭적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KDI는 이에 따라 국내 타제조업 경기가 반도체 부문의 경기상황과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경기 침체가 반도체 수출감소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내수 부양을 통한 경기회복 노력에도 불구, 수출 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상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반도체 산업은 제조업내 생산 비중이 1991년 3.3%에서 1999년 현재 7.9%로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고용비중도 같은 기간 동안 3.6%에서 5.8%로 크게 증가했다. 또 수출비중은 해외 여건 변화에 따라 등락폭이 커 1991년 7.9%에서 1995년 반도체 호황기에 17.7%까지 늘었으나 올해 6월까지 10.8%로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