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흔히 "기업 실적을 거름으로 피는 꽃"으로 불린다. 그만큼 실적과 주가는 밀접한 관계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던 기업들은 올 증시의 주역이었다. 종합주가지수 500~630 박스권이라는 큰 틀 속에 갇혔던 올해 증시에서 이들 실적우량주들은 많게는 3배 이상까지 주가가 올라 "가치주 시대"를 꽃피웠다. 실적이 사상 최대인 것에 맞춰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종목도 속출했다. 가치주의 돌풍 =가치주는 올 증시의 최대 화두였다. 이 가치주의 선두에는 이른바 "태평양칩"이 있었다. 태평양 신세계 등 내수관련 실적우량주가 그들이다. 연초 이후 이들 종목의 주가 그래프는 오름세가 지속되는 우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본래의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던 만큼 급등락이라는 굴곡없이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주가가 올랐다. 연초 2만7천5백원으로 출발한 태평양은 지난 3일 장중에 9만2천5백원까지 올랐다. 연초 주가의 3.36배로 역사상 최고점이다. 연초 4만5천8백50원이었던 신세계도 지난 7일 10만8천원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의 주가가 10만원대를 기록하기는 증시가 대세상승 국면이었던 지난 99년 이후 처음이다. 수출로 불황을 뚫은 자동차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수출로 불황을 타개한 대표기업들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상반기 순이익률이 수위에 오를 만큼 눈부신 실적을 과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6천1백5억원과 3천4백21억원. 순이익률은 각각 5.5%와 5.7%에 달했다. 차량 제조기술을 향상시키고 수출 시장에서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중.대형 승용차와 레저용차량(RV) 수출에 집중한 결과다. 이같은 실적에 힘입어 현대차는 상반기 내내 외국인의 매수가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가가 1백54.27%나 상승(6월25일)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도 구조조정과 자체 기술능력 향상으로 발군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13일 장중에 기록한 1만5천3백50원은 연초 주가가 액면가 밑(4천4백95원)을 헤맸던 때에 비하면 무려 3.4배에 이르는 것이다. 각광받는 제약주 =실적우량 제약주들도 인기주로 부상했다. 의약분업 후 의사들이 저가 의약품을 선호할 유인이 감소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이 높은 이들 업체의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호전된 것이다. 특히 업계의 선두주자인 동아제약과 유한양행은 연초보다 각각 55%와 73%까지 주가가 급등하며 상반기 의약주 돌풍을 주도했다. 업계 1위인 동아제약은 주력제품인 박카스의 가격인상으로 지난해 상반기 11.9%였던 영업이익률이 올 상반기엔 14.7%로 크게 높아졌다. 동아제약은 기존의 항암제 항생제 위주의 신약개발에서 벗어나 발기부전치료제 골다공증치료제 비만치료제 등 소위 "삶의 질"을 개선하는 고부가가치 신약에 전념한다는 방침이어서 최근들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증시에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1순위로 꼽히는 유한양행은 국내 최고의 신약개발 능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1억달러의 기술수출료를 받아 화제를 일으켰던 위궤양 치료제 YH1885는 국내와 해외에서 임상실험이 한창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제품의 효능이 공인을 받는 즉시 유한양행의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중주 랠리를 이끄는 건설.금융주 =최근의 대중주 랠리를 주도하는 건설.금융주의 대표주는 LG건설과 국민.주택은행이다. LG건설은 지난 16일 건설주 바람을 주도하며 1만3천3백원까지 올랐다. 연초 주가가 액면가(5천원)를 밑돌았던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다. 확실한 실적주로서도 자리매김한 주택은행도 같은 날 3만4천9백원이라는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들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의 최대 수혜주로도 손꼽히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하반기 유동성 장세의 실현을 가능케 할 열쇠는 LG건설과 국민.주택은행이 쥐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부채비율 2백% 규제 완화 수혜주로도 꼽힌다.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