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의 "베트남15-1광구" 개발은 두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한국이 운영권을 갖고 있는 광구에서 석유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운영권을 소유하고 있는 광구에서 가스가 나온 적은 있으나 석유가 발견된 적은 없었다. 둘째, 석유공사 기술진이 최신 탐사기법을 적용해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시추위치를 선정하는 등 순수하게 국내 기술진에 의해 일궈낸 성과라는 점이다. 미국 코노코사 등이 컨소시엄에 들어와 있지만 석유공사가 컨소시엄 대표해 광구 운영권을 맡고 3차원의 정밀 물리탐사를 단독으로 수행했다. 탐사결과 유망한 시추위치를 선정하고 탐사정 및 평가정 시추작업을 벌여 원유를 찾아내는데 성공하기까지의 작업도 운영권자인 석유공사가 주도했다. 이 광구는 베트남의 남부해안도시 붕타우에서 동쪽으로 1백44㎞ 떨어진 해상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4천6백35㎢. 이번에 원유개발에 성공한 곳은 이 광구내 수투덴 지역이며 인근의 수투방 지역도 조만간 개발될 예정이다. 이 광구 남쪽엔 16-2광구와 11-2광구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 광구 역시 석유공사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곳이다. 베트남15-1광구엔 지난 98년9월 석유공사 14.25%, SK(주) 9% 등 한국이 23.25%의 지분을 갖고 사업에 참여했다. 나머지 지분은 베트남 정부에서 50%, 미국 코노코사 23.25%, 프랑스 지오페트롤사 3.5% 등이며 운영권은 탐사단계에서부터 석유공사가 가졌다. 지난해 9월 탐사정 시추에서 평가 매장량이 2억5천만배럴으로 추정돼 미국지질학회지(AAPG)에 의해 '2000년 전세계 원유발견 규모중 7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 6월 제1평가정 시추결과 총 가채매장량이 4억2천만배럴로 늘어나자 AAPG는 '새 천년 들어 전세계 발견규모중 최대'라고 평가했다. 하루 19만배럴씩 15년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광구의 규모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북한산만한 부피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광구에선 아직 개발하지 않은 수투방 지역을 합치면 전체 가채매장량이 5억7천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석유공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 보면 이번 유전 개발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얻게 될 예상 순수익은 8억달러를 넘는다. 유가를 배럴당 20달러로 가정하더라도 한국측의 총 원유 판매수익이 22억1천9백만달러에 달해 투자비(2억2천4백만달러)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8억9백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번 광구개발에 따른 기대효과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현재 75%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중동석유 의존도를 10%포인트 낮출 수 있는 효과를 갖는다.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지역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가져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에너지수입 다변화는 국가 정책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수송거리가 중동의 절반수준에 불과한데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원유를 곧바로 들여올 수 있어 수송비도 크게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 석유공사는 이 광구의 본격적인 개발작업을 거쳐 오는 2003년 10월부터 원유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