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에이즈 치료제 가격인하를 둘러싼제약업체와의 협상이 무산되자 해당사의 제품특허를 전격 취소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호세 세라 브라질 보건장관은 22일 로슈 파마시유티컬사가 에이즈 치료제 '넬피나비르'의 가격을 인하하라는 정부의 압력에 불복한데 대한 보복으로 국가비상사태와 기업의 가격정책 남용때 특허를 취소할 수 있는 지난 1997년 지적재산권법 단서조항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정부와 해당기업간의 협상이 6개월을 끌었음에도 불구, 합의점을 찾기 위한 모든 가능성이 소진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슈사는 그러나 정부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2001년 12월까지 에이즈 치료제 '넬피나비르'를 계속 공급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특히 브라질 정부가 에이즈 치료제 특허를 취소한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전세계 제약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제네바에 본사를 둔 로슈사 대변인은 브라질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부인하고 나섰다. 대니얼 필러 대변인은 "우리는 브라질 보건부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면서 "앞서 합의대로 차기회의 개최날짜가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필러 대변인은 특히 "우리는 브라질 보건부와의 협상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가격수준에 매우 근접하는 가격인하 폭을 이미 제시했다"면서 "회사측은 특히 무료로 공급할 수 있는 일정량의 치료제를 생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이즈 치료제 넬피나비르가 미국특허인 만큼 브라질 정부는 지난 7월 미국과의 통상분쟁 해결과정에서 합의한대로 사전에 미국측과 협의를 가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슈사는 현재 브라질측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경위와 결정권자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남미지역에서 에이즈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은 칵테일 요법으로 쓰이는 에이즈 치료제를 무상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약 9만명이 1인당 1만5천달러에 달하는 이들 제품을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정부의 이런 치료제 공급에 힘입어 불과 4년만에 에이즈 사망자 수가 1만1천24명에서 4천136명으로 줄어들었으며 현지 의료진은 브라질의 이런 모델이 값비싼 치료약을 이용할 수 없는 다른 개도국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브라질은 자체적으로 에이즈 퇴치에 필요한 약품의 대부분을 제조, 제조비용을 79%나 줄였으나 이는 모두 약품특허를 무시한데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브라질은 에이즈 치료제 '넬피나비르' 구입을 위해 전체 에이즈 관련예산의 28%인 8천800만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전체 에이즈 환자의 약 4분의1이 이들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kk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