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정 기자의 '패션읽기'] 유럽名品의 아시아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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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해외 브랜드A가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신발과 핸드백 등 올 가을 판매할 제품을 선보인 이 자리에서 유독 눈에 띄는 구두가 있었다.
미끈하게 빠진 라인,못처럼 가느다란 굽,추동시즌 유행컬러인 와인색과 검은색의 조화 등 전체적으로 세련된 이미지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구두의 백미는 외관이 아닌 안창에 있었다.
안창 부분은 구두를 신었을 때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대개가 검은색에 금색 로고를 박는 식으로 단순하게 처리한다.
그런데 이 제품은 안창에 바깥쪽과 같은 두가지 색상의 가죽을 엇갈려 붙여 한결 맵시있게 보이도록 꾸며놓았다.
A사의 한국 지사장은 "방에 들어갈때 신발을 벗는 경우가 자주 있는 아시아인들을 위해 태어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구두를 벗었을때도 제품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또 이탈리아 본사에서는 한국 및 일본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으며 아시아 고객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랜드 로고나 심벌을 유독 크게 쓰는 것도 아시아 여성들의 취향에 맞춘 디자인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B는 한국진출 초기에는 고상한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전략에 따라 로고를 되도록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로 활발하게 로고플레이를 펼친 경쟁브랜드에 밀리자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지금도 유럽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바깥쪽에 심벌을 달지 않지만 한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특별히 로고와 심벌을 강조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패션회사가 아시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특별한' 제품을 선보이는 경우는 이밖에도 많다.
구치 프라다 등 유명브랜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핸드폰줄은 일본과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겨냥한 상품이다.
보석도 마찬가지다.
고가 해외 보석브랜드 C는 최근 1백년 역사상 처음으로 결혼반지를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단순한 백금 링 중앙에 다이아몬드가 크게 올라 있는 디자인으로 결혼반지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럽인들은 결혼 예물에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는 결혼예물용 디자인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고가브랜드들은 겉으로는 '우리는 전통을 고수할테니 사가려면 사가라'는 식의 고고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안으로는 고객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을 늦추지 않는다.
우리내 회사들보다 우리를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그들의 상술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