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무기력증에 빠졌다. 23일 오전중 시장 참가자들이 거래 의욕을 상실한 탓에 환율은 불과 1.20원 이동에 그쳤다. 재정경제부가 거듭 "환율은 급격한 등락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맡긴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의 눈초리는 곱지 않다. 이에 더불어 시장 참가자들의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자아 증식을 통해 확대된데다 업체의 실수 물량이 뒷받침해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AIG컨소시엄이 현대투신 인수조건 변경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음에도 환율은 요지부동이다. 오후에도 방향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중 물량이 다소 부족한 감이 있어 장 막판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와 반등의 여지가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50원 내린 1,282.30원에 마감했다. 전날 뉴욕에서 119엔대로 내려선 달러/엔으로 인해 하락세를 반영하고 있을 뿐 장중 1,282원선에서만 판에 박힌 듯 움직였다. 전날보다 1.80원 낮은 1,282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1.70원을 찍은 뒤 낙폭을 조금씩 줄이며 10시 6분경 1,282.90원으로 되올랐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19엔대로 내려선 달러/엔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1,284/1,285.50원에 마감한 것을 따랐다. 이후 환율은 오전 마감까지 1,292원선에서만 게걸음했다. 달러/엔은 낮 12시 10분 현재 119.75엔으로 뉴욕 마감가에서 약보합권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달러/엔은 개장초 119.90엔대까지 오름세를 탔으나 추가 상승은 저지되고 오히려 밀리고 있다. 전날에 이어 주식 순매수를 잇고 있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 시각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7억원, 12억원의 소규모 주식 순매수에 나서고 있는 정도.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아래쪽에서 국책은행이나 국영기업의 매수세가 버티고 있어 당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물량 공급만 추가적으로 이어진다면 오후에는 1,280원 초반으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실수가 없는 탓에 방향성을 가지기가 좀처럼 어렵다"며 "달러/엔이 아래쪽으로 밀릴 때 이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시중포지션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체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나 시중 물량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면 오후장 막판에 달러되사기가 나오면서 위로 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