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보유액 1000억弗 .. 재경부 "수익 높여야" 한은 "안정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최근 졸업함에 따라 1천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의 관리 문제가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이 3년9개월만에 25배로 늘어나면서 운용 방법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
재경부는 수익성 극대화를 주장하는 반면 한은은 안전성 우선이라고 맞선다.
또 무한정 늘릴 것인지, 일정 수준에서 멈출지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 세계 5위 외환보유국 =외환보유액은 지난 21일 현재 9백88억4천만달러.
일본(3천6백27억달러) 중국(1천7백58억달러) 홍콩(1천1백41억달러) 대만(1천91억달러)에 이어 5위다.
6위인 독일(8백12억달러)과는 1백76억달러 차이가 난다.
보유액은 주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국채나 해외예금 등으로 굴리고 있다.
◇ "수익성을 높여라"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외환보유액의 수익성 제고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싱가포르 투자청(GIC)을 예로 들면서 "보유액을 별도로 운용하는게 가능한지, (별도 운용을) 조금씩 시작해서 확대해 갈지 등을 포함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공식 보유액(7백47억달러)외에 1천억달러를 떼어 GIC를 통해 상업적으로 운용중이다.
서울 파이낸스센터 등 초대형 빌딩을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이는 수익성은 높일 수 있지만 정작 필요할 때 회수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재경부는 작년 초에도 GIC 모델을 검토했으나 한은의 반대로 유보한 바 있다.
◇ "안전성이 중요하다" =보유액 운용원칙은 '안전성.유동성.수익성'.
한은은 이중에서도 안전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익'은 반드시 '고위험'이 수반되기 때문.
환란때도 보유액을 시중은행들에 빌려줬다가 회수못해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한은은 따라서 보유액을 신용등급 기준 AAA급 '무위험자산'에만 투자하고 예금도 부도위험이 있는 상업은행은 피하고 있다.
작년 운용수익률은 미 국채수익률을 약간 웃도는 수준(연 5%대)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뱅크 네가라)과 GIC가 수익성을 높이려다 손해본 선례도 있다"며 "유사시 언제라도 쓸 수 있게 관리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해법은 없나 =한은은 안전성을 살리면서도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미 국채보다 수익률이 0.5∼1.0%포인트 가량 높은 미 정부기관채(연방모기지협회채권 등)나 국제금융기구(BIS,IBRD 등) 채권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중이다.
IMF나 국제결제은행(BIS)은 각국이 보유액으로 시장을 교란하지 않고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환란을 겪은 한국이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할 경우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은 안전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위해 재경부와 한은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