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게임산업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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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업계에는 눈먼 돈도 많고 부처간 힘겨루기도 여전합니다. 제발 어느 쪽이 되든 한 부처가 게임산업을 도맡았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최근 만난 한 게임업체 사장의 고백이다.
정부가 게임산업을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국내 게임지원정책은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또 게임산업을 둘러싼 부처간 힘대결도 전혀 변함이 없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단적인 사례가 문화관광부 산하의 게임종합지원센터가 매년 네차례에 걸쳐 국내 업체를 선정해 무상으로 제작비를 지원하는 '우수 게임 사전제작제도'.
199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 제도를 통해 1천만~3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간 업체는 96곳으로 지원액수가 14억원에 달한다.
상환부담이 없는 무상지원금이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지원업체 가운데 게임을 출시하거나 개발중인 곳은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지원금만 받은 후 게임개발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업종을 바꾼 곳도 적지 않다.
게임 개발을 포기하거나 연기할 경우 지원금을 반납하게 돼있지만 게임종합지원센터는 현황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원센터로부터 넘겨받은 최근 자료에는 연락이 두절된 업체도 10여개사에 달했다.
"매달 실사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는 지원센터측의 변명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
정보통신부와 문화부간 갈등도 여전하다.
지난 5월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적인 게임쇼 E3 행사장에선 멱살잡이 직전 상황도 연출됐다.
문화부 산하 게임종합지원센터와 정통부 산하 한국첨단게임협회 관계자가 공동부스 설치문제로 욕까지 주고받은 것.
이를 지켜본 업체 관계자들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며 혀를 찰 정도였다.
양 부처는 지난 7월 전시.홍보는 문화부가 맡고 게임엔진개발 및 인큐베이팅은 정통부가 분담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오는 9월과 10월에 열리는 영국 ECTS 전시회와 라스베이거스 아모아 전시회에는 양 부처의 산하단체가 각각 '마이 웨이'를 외치며 따로 참가할 예정이다.
분별없는 정책지원과 부처간 밥그릇 싸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김형호 IT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