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한 기업인들의 비판이거세지면서 이 정책의 지속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달러화 강세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8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달러 강세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미국 제품의 가격이 올라갔고 국내에서는 값싼 수입품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들은 달러화가 유로나 일본 엔화에 대해 무려 20-30%나 고평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의 재무담당최고경영자(CFO)인 존 디바인 씨는 강한 달러가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파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한 달러 덕분에 미국인들이 해외 여행을 저렴하게 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도 통제돼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같은 논란은 부시 행정부에게 골칫거리가가 되고 있다. 특히 폴 오닐 재무장관은 미국 정부의 외환정책에 대해 모호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엔화, 유로 등 주요 화폐들이 매일 1조달러어치나 매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닐 장관이 미국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다는 설을 오닐 장관이 부인하더라도 미묘한 정책 변화는 포착되기 마련이다. 달러화는 지난달초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약 6% 하락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강한 달러'는 로버트 루빈 장관과 로런스 서머스 장관이 선호하는 일관된 자세였으나 공화당 행정부는 기업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것이 많은 외환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물론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 정부의 완력보다는 경제성장률, 무역수지같은 펀더멘탈에 의해 결정돼 한다고 믿고 있다. 미국 경영학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학자들의 82%는 최선의 정책은 시장이 달러화의 가치를 결정하도록 놔두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학자들은 오닐 장관이 '강한 달러'의 포기를 갑작스럽게 선언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정책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래드너 경제컨설팅'의 래리 키머린 소장은 "달러화가 상당히 과대평가돼 미국 기업인들과 농민들에 해를 입히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머른 소장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미국 정부가 갑자기 달러화 하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최선의 접근은 무대뒤에서 유럽과 일본에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일본 경제의 활성화는 미국의 경기침체 탈출에 도움을 줄 것이며 엔화 및 유로의 강세는 미국 수출업체들이 더욱 많은 제품을 해외에 파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