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 서강대 교수 > 한국 경제가 IMF 관리체제에서는 벗어났으나 국가신용도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해외 전문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높이지 않는 이유는 구조조정이 여전히 부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경기부양책 유혹을 받겠지만 세계시장의 사이클과 동떨어진 부양책을 써서는 안된다. 내수시장이 큰 미국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만 우리는 한계가 있다. 외환위기 때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가 이제 1천억달러에 이르렀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외환보유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 미국 일본과의 정치 경제 외교관계를 돈독히 한다면 외환보유고를 지금의 3분의 2 수준인 6백억달러로 줄이더라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등 일련의 노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기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경기가 나쁠 때는 어느 정도 제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분사를 하는 것조차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는 이유로 규제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