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유물을 대량 구입하고도 문화재 지정절차를 밟지 않아 귀중한 유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9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립중앙박물관을 감사한 결과 중앙박물관은 지난 9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백55억여원의 유물구입비로 공개구입 및 국내·외 경매를 통해 총 1천8백59점의 유물을 확보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러나 이 가운데 단 1점도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박물관이 방치해둔 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유물 중에는 '봉사조선창화시권(奉使朝鮮倡和詩券)'을 비롯해 국보급으로 지정할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입하는 유물에 대한 평가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또 유물을 구입할 때 담당자들이 유물예비평가,선정평가,문화재 평가 등 3단계 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평가방법과 항목 등 구체적인 평가지침조차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5∼10월 국립중앙박물관이 세 차례에 걸쳐 구입한 4백68점(15억6천만여원어치)의 유물을 국가에 귀속시키면서 객관적 고증이 없이 엉터리로 평가기록을 만든 사실도 적발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