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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인 탐구] 라응찬 <신한금융지주사 회장> .. '40년 금융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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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응찬(64)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일화 한가지가 있다.


    지난 99년 2월24일 신한은행 20층 강당에서 열린 라응찬 행장의 이임식.


    임기 1년을 남겨 놓고 자진해서 물러나 이인호 전무(당시)에게 행장직을 "아름답게" 넘겨준 그날 식장은 때아닌 눈물 바다를 이뤘다.


    "지난 17년동안 꿈 속에서도 신한은행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신한은행은 저의 모든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라 행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임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강당을 가득 메운 직원들 상당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연신 훌쩍거렸다.



    50대 전후의 지점장에서부터 20대 여직원까지 눈시울을 붉히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82년 창립이래 은행만을 위해 몸바쳐 온 훌륭한 선배 한사람을 떠나 보내며 직원들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심과 섭섭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렇게 떠났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오는 9월1일 정식 출범하는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지휘봉을 쥐고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이다.


    '고졸 출신 은행장' '첫 3연임 최장수 은행장' 등 금융계에 숱한 화제를 뿌렸던 그가 이젠 국내 첫 민간금융지주회사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로서 또 하나의 신화를 엮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을 여러차례 고사했다.


    "훌륭한 후배들도 많은 데 지나간 인물이 다시 맡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인호 행장을 비롯한 신한은행 임직원들과 재일동포 주주들의 수차례 간곡한 청을 끝내 물리치지 못했다.


    신한은행 내부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지주회사 CEO는 라응찬 회장이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퍼져 있던 터였다.


    과연 무엇이 '경영인 라응찬'을 그토록 존경스럽게 만들었을까.


    신한은행 사람들은 그의 솔선수범하는 성실함을 첫째로 꼽는다.


    일단 은행을 위한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적지 않은 신한은행 직원들은 지난 91년 라응찬 회장이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날 회식자리에서 가득 부은 술잔을 들이키고 한 말을 잊지 않는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이 돼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내가 더이상 무슨 영광을 바라겠는가. 내 몸을 다 태워서 신한은행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떠날 땐 재만 돼서 떠나겠다"


    실제로 그는 신한은행을 반석 위에 올려 놓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안팎에서 욕을 먹는 일이더라도 은행에 득이 된다면 물 불을 가리지 않았다.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인사의 인사청탁을 거절하고 흔들림 없는 '공정인사 원칙'을 지켰던 일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안으론 '파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직원들의 동문회나 향우회를 금지했던 것도 유명하다.


    '열린 귀'도 경영인으로서 큰 장점이다.


    "직원들이 아무리 탐탁하지 않은 보고서를 올려도 '그건 틀렸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끝까지 듣고 나서 조금이라도 일리가 있고 은행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격려한다. 아무리 말단 직원의 말이라도 귀를 열고 경청하는 자세는 정말 배울 만하다"(홍성균 신한은행 상무)


    라 회장은 선진경영기법을 과감히 도입해 시스템화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여신심사위원회' 제도를 만들어 밖으로부터의 대출 청탁이나 압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했다.


    지난 94년부터는 '수익중시 경영'을 내걸고 당시로선 생소했던 사업본부제와 개인신용평가시스템 도입 등 경영개혁에 적극 나섰다.


    이런 노력의 결과 그가 행장을 맡았던 91년부터 96년까지 신한은행은 은행감독원 경영평가에서 6년 연속 1등을 차지했다.


    국제금융전문지인 유러머니도 96년과 97년 2년 연속 한국 최우수은행으로 신한은행을 뽑았다.


    고객서비스 조사에서도 언제나 수위였다.


    신한은행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다른 은행에 비해 대기업 부실이 적었던 것도 라 회장의 공이 크다는게 은행측 평가다.


    특히 지난 99년7월 대우사태때 시중은행들이 적게는 1조원 이상, 많게는 4조원 정도까지 물렸던데 비해 신한은행은 대우 여신이 1천7백억원에 불과했던 것도 그의 선견지명 덕택이었다.


    지난 82년 설립 당시 총자산 1천8백억원이었던 신한은행은 지금 총자산 57조원으로 국내 5위에 랭크돼 있다.


    무수익여신비율은 1.67%로 국내은행중 가장 낮다.


    이렇게 신한은행이 초우량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라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신한은행 직원들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라 회장은 지난 8월9일 신한금융지주회사 창립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뒤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다.


    신한은행 본점빌딩 7층에 마련된 집무실에 앉아 지주회사 출범 준비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말로 먼저 떠들기 전에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무언의 메시지인 셈이다.


    돌아온 '금융계의 뿌리깊은 나무' 라응찬 회장의 조용한 행보가 주목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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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력 >


    <> 생년월일 = 1938년 11월25일

    <> 출신학교 = 선린상고 야간부

    <> 경력 =농업은행 입행(59년) 대구은행 비서실장(75년) 제일투자금융 상무(79년) 신한은행 상무(82년) 신한은행장(91~99년) 신한은행 부회장(99년)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 겸 CEO(현재)

    <> 가족관계 = 부인 권춘강(59)씨와 3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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