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원 < 국회월드컵특위 위원장 hakwonk@assembly.go.kr > "어디 가십니까?" "이혼주례 서러 갑니다" 협의이혼 확인재판을 하러 가는 판사와 동료판사가 주고받은 대화의 한 토막이다. 판사시절 당직이라도 서는 날이면 하루 30쌍 안팎의 협의이혼을 심리했다. 협의이혼 하러 오는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서로가 마음을 고쳐먹고 재결합할 것을 설득·훈시·강권했었다. 태어난 지 몇 달도 채 안되는 갓난아기를 서로 기르지 않겠다고 부양책임을 떠넘기는 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못해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처럼 이혼 부부가 서로 아기를 데려 가려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가 어머니가 아이를 부양하겠다는 의견을 내기라도 하면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남편에게 양육비·위자료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며 각서까지 쓰게 하는 등 판사로서 월권 아닌 월권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 정치인의 결혼주례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법관직을 떠나 정계에 입문했을 때는 주말이면 네댓건씩 결혼주례를 서야 했다. 한 곳에서 주례를 끝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차량 홍수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아예 예식장까지 뛰어간 적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미소짓는 신랑과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인 신부에게 "진실한 사랑,헌신하는 사랑으로 행복하게 살라"는 주례사를 하고 나면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연애결혼보다는 중매결혼이 많았다. 중매인 소개로 맞선을 본 뒤 교제기간을 거쳐 당사자의 합의와 부모의 동의로 결혼하는 예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연애결혼이 중매결혼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런데도 참 묘한 것은 요즈음 연애결혼을 한 사람의 이혼율이 과거 중매결혼을 한 경우보다 몇 갑절 높아졌다는 것이다. 연애결혼이 나쁘기 때문인지,아니면 세태가 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이혼법정은 갈수록 붐비고 있다. 이혼주례는 없어지고 결혼주례만 풍성한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