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BA(경영대학원)학생들은 3개월의 여름방학동안 기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한다. 실무경험을 익히려는 것이지만 인턴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힘든 탓이다. 인턴 근무성적이 좋을 경우 곧바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한다. 요즘은 MBA학생들이 인턴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계절이다. 하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예년과 다르게 무겁다. 취업보장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 올 가을 취업시장도 싸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밴더빌터경영대학의 취업담당 부학장인 스티브 조한슨씨는 MBA 취업기상도를 "작년 1월 처음 구름이 끼기 시작해 지금은 언제 그칠지 모르는 폭우가 계속 쏟아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불기 시작한 폭풍우는 컨설팅 금융은 물론 일반제조업까지 예외없이 몰아치고 있다. 기업들이 MBA들을 '모시러' 친히 학교로 가서 하는 취업설명회도 올해 절반가량 줄어들 예정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뽑는 인원수. 매년 '상위 5위권'의 일류 MBA학교에서만 20~30명가량 채용했던 시스코시스템스는 올해도 취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정규직보다는 임시직이나 인턴채용이 목적이다. 정규직 채용은 2003년에나 가능한 회사에서 정식 취업설명회를 갖는 진짜 의도는 채용이 아니라 회사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금융회사중 하나인 퍼스트유니언도 취업설명회 개최여부를 고민하다 여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채용인원을 지난해 1백명에서 올해는 3분의 1로 줄일 예정이어서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잊지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좁아진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졸업반 학생들은 지난해 졸업 후 아직 취업을 못한 '취업 재수생'은 물론 닷컴업체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실업자 선배'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3중고에 시달려야 한다.그러다보니 채용회사들의 요구사항은 점점 까다로워지는 반면 졸업생들의 취업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1년간의 경기침체가 미국 MBA 채용시장의 분위기를 1백80도 바꿔놓은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