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선물 70 붕괴, "국내외 악재 뒤엉켜 위험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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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악화 우려감에다 하이닉스 반도체 디폴트 위기감이 더해지며 지수선물이 이틀째 하락했다.
29일 코스피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1.35포인트, 1.91% 내린 69.50으로 마감, 지난 21일 이래 엿새만에 70선 이하로 떨어졌다. 장중 고점은 70.25, 저점은 69.45로 장후반 밀리는 양상이었다.
시장베이시스는 장후반 밀린 탓에 마이너스 0.57로 백워데이션이 심화됐다. 하루종일 백워데이션을 보이는 통에 프로그램 매도가 매수를 크게 앞섰다.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 324억원, 비차익 520억원을 합쳐 844억원에 달한 반면 매수는 비차익 208억원을 위주로 215억원에 그쳤다.
종합지수도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크게 빠지지 않았으나 하이닉스가 디폴트 위기론 속에 하한가를 맞으며 1,000원 마저 붕괴되고 거의 전업종이 급락하면서 565대로 떨어졌다.
종합지수는 단기 심리선인 5일과 10일 이동평균선을 비롯해 최근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20일선 밑으로 떨어졌다. 60일과 120일, 200일선도 모두 하향 돌파, 추가 조정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8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밖으로 하락하며 주가가 급락했고 일본 주가마저 11,000선이 붕괴되며 17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가 전날 회사채 신속인수를 통한 차환발행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디폴트 위기에 처하고, 벤처투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K회사의 자금악화설까지 도는 등 시장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정책의 최고 사령탑을 맡고 있는 진념 부총리조차 'IMF 졸업 축배'를 든지 며칠 되지도 않아 '한국경제가 제2의 IMF를 당할 수 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위기감의 확산이 하이닉스나 증권시장에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념 부총리는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아침 강연에서 "우리 경제는 정보기술(IT), 아시아외환위기, 중국 등 세 가지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우리 경제의 기본 구조가 97년과 달라졌지만 제2의 IMF를 당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 뿐"이라며 "IMF 위기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진념 부총리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뭔가 잘 안 돌아가고 있을 때 하는 말이고, '잘 해 보자'는 뜻으로 경각심을 일깨울 수도 있겠지만 한 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는 최고당국자로서 'IMF 위기 재연 가능성' 발언 자체의 수위가 너무 높게 느껴진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 환율 하락의 이점을 활용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하이닉스의 시장퇴출 가능성이 점차 긴박하게 다가오고 미국 경제도 좋지 않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좋은 구석은 하나도 안보인다"며 "미국 경제나 지수가 좀더 버텨줄 지 모르겠으나 국내적인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갈 지 중심을 잡고 이성적 대안을 찾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