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경기 연말 반등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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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둔화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고 있다. 공격적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IT경기 침체로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경기를 지탱해왔던 소비와 주택부문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4.3으로 7월보다 악화, 예상을 뒤집으며 나스닥 1,900선을 또 다시 무너뜨렸다. 전체 주택판매의 85%를 차지하는 기존주택매매도 높아진 실업률에 흔들리며 지난 7월 517만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경기회복 기대가 꺾이면서 29일 증시는 이틀째 약세 마감했다. 이날 하락은 악화된 소비자신뢰지수가 촉발했다. 주가는 뉴욕 증시 하락 외풍에 변변한 바람막이조차 찾지 못한 채 줄곧 아래로 내밀렸다. 하이닉스, 현대투신, 대우차 등 구조조정 관련 내부악재가 잠복, 유동성 기대에 따른 순환매를 차단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1,000선 아래로 추락, 84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주변 아시아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제 관심은 또 다시 IT경기 회복 시기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장비 주문 출하율(BB율)이 3개월 연속 호전됐다는 발표로 반도체 경기가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또한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조너선 조셉은 이에 앞서 8월 반도체 경기가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BB율 호전이 주문보다는 출하 증가에 힘입은 바 크고 여전히 메모리 현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경기 반등이 조만간 시현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견해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이성재 차장은 “3/4분기에 바닥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재고수준과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를 감안했을 때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윈도우XP와 펜티엄Ⅳ 등을 포함한 계절적 수요 증대로 4/4분기에 일시적인 회복이 기대되지만 수요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에 다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며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내년 2/4분기 이후에나 바닥을 확인,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채무불이행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하이닉스가 또 다시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현대상사 등 하이닉스 관련 현대그룹주가 동반 하락한 반면 하이닉스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은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은행주 약세 속에서도 오름세를 지켰다. 그 만큼 하이닉스가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채권단이 오는 31일 채무재조정 방안을 확정하게 되면 일단 하이닉스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수할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 문제가 조만간 완전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날 증시에서는 8월 들어 각광을 받아온 건설, 은행, 증권주 등 이른바 선도주의 시세탄력이 크게 둔화되면서 급격한 조정이 이뤄졌다. 최근 바톤을 이어받았던 제약주도 쏟아지는 차익 매물 앞에서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수급개선 지연, 거시경기지표 악화 등으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계속 깎여나가는 상황에서 선도주마저 소멸될 경우 순환매 템포는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건설, 은행, 증권 등 이미 한차례 순환매가 돌았던 업종의 경우 가격부담으로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차기 선도주 발굴이 시급하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