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비의 바로미터중 하나인 레저산업에도 불황징후가 뚜렷하다. 국내 놀이동산 입장객이나 단거리 해외관광객은 여전하지만 장기 고가 여행 수요는 줄고 있다. 에버랜드 입장객은 8월들어 29일 현재 67만8천명을 기록, 전년동월대비 5.11% 늘었다. 에버랜드측은 "미국에서도 불황이면 해외여행객은 줄고 디즈니랜드 입장객은 늘어난다"면서 "작년보다 실적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해외여행도 중국이나 태국 등의 단기 해외여행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백만원대 안팎의 중국 단기골프상품 등이 최고의 인기여행상품으로 떠오른 반면 지난 봄까지 인기 상품으로 꼽혔던 호주나 뉴질랜드 등 대양주 여행상품의 매출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강남 역삼동의 성도여행사 관계자는 "작년만해도 장기해외여행을 갈만한 소득수준의 사람들이 요즈음 단기여행쪽으로 돌고 있다"면서 "아주 부유한 계층은 끄떡 없지만 이른바 상위 20%중에서도 중간이하의 소비심리가 급속하게 위축되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중상위 소득계층의 소비동향을 말해 주는 보석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초고가 해외 보석류는 여전히 잘 팔리는데 반해 국내 보석류는 현저하게 소비가 줄고 있다. 롯데백화점 을지로 본점의 경우 수입 보석매장은 전년대비 20%이상 매출액이 신장된데 반해 국내 가공보석의 경우 매출이 작년대비 4개월째 '마이너스'다. 윤재현 롯데백화점 수입부문 팀장은 "국내의류와 마찬가지로 수입의류도 전반적으로 매출이 저조하지만 수백만원대 최고가브랜드는 꾸준히 나간다"고 밝혔다. 예술공연시장도 마찬가지다. 예술의 전당에서 지난 13일 개최된 장한나 바이올린독주회(R석 7만원)의 경우 공연 3주전에 이미 전석 매진됐다. 10월24일 열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장영주)과 런던필교향악단 협연(R석 14만원, S석 12만원)의 경우 이미 60%가 넘게 티켓이 팔린 상태이며 조수미 독창회(12월 R석 10만원, S석 8만원)는 80%가 팔렸다. 이에 반해 R석이 2만∼3만원밖에 하지 않는 일반 국내 공연은 거의 5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고급 소비층이 주 타깃인 순수 예술공연이 부쩍 잘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소비주도계층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최상위 소득계층은 금융자산소득이 줄어드는데다 주식 등 투자시장도 신통찮기 때문에 '쓰는 것이 버는 것'이라는 식으로 소비를 늘리지만 소득자체가 줄어드는 중상위계층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상위계층의 소비마저 한계를 맞거나 지속적으로 위축될 경우 그나마 이들의 소비가 떠받쳐온 내수경기는 더욱 침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景氣 특별취재팀 ] 오춘호 조일훈 장경영(기획부) 강창동(생활경제부) 김수언(경제부) 김용준 이심기(산업부) 유대형 조성근(건설부동산부) 김도경(사회부) 김재일 (레저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