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추락하고 있다. IT(정보기술)경기 둔화에 따른 전세계 증시의 동반침체와 국내 구조조정지연 등이 맞물리며 코스닥시장을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30일 코스닥시장은 개장직 후 한때 투매양상까지 보였다. 장중 반등으로 지수 64선을 회복했지만 장세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상승엔진이 될 모멘텀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시가총액은 3일 연속하락으로 4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호황이었던 작년 1월 초 1백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이 1년8개월여만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반면 등록기업수는 급증하고 있다. 이날 현재 등록기업수는 6백56개로 지난해 1월 초대비 43.5% 불어났다. 올해 등록기업만도 1백4개나 된다. 여기에 코스닥입성을 대기하고 있는 업체수도 부지기수다. 이에 따라 퇴출요건강화를 포함해 '옥석가리기'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시장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극약처방이 없으면 코스닥이 벤처의 자금조달창구가 아닌 '공멸의 무덤'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닥이 안보인다=코스닥지수가 직전저점(종가기준)인 64선으로 밀렸지만 아직 '바닥'에 대한 확신이 없다. 심지어 연초 최저점인 55선의 방어도 힘겨울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의 시황전문가들은 장세전망 자체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기껏해야 투자심리측면에서 기술적 반등을 점칠 뿐이다.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시장자체가 워낙 업력이 짧고 악재 등 외부충격에 민감해 '바닥'이나 '저지선'을 예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도 "모멘텀부재와 나스닥지수의 하락 등 충격으로 코스닥시장이 거래소대비 초과하락률을 보이고 있다"며 "현단계에서 지수를 예상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이 시급하다=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수급불균형문제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코스닥위원회는 올초 과감한 퇴출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주장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거의 없다. 내년 지자체와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감안할때 퇴출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또 다산퇴출 후 소액주주들의 소송사태도 퇴출강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S증권 한 관계자는 "신규등록기업의 숫자가 시장의 수용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IT불경기로 가뜩이나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기업수만 늘려 공멸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무려 3백여개 등록기업은 지수 55선이었던 지난 1월2일보다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증권업협회 오호수 회장도 최근들어 "등록유지요건을 크게 강화해 자격이 안되는 기업은 과감하게 제3시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희망은 없나=기술적 반등시점은 무르익고 있다. 거래소대비 조정폭이 컸던 점을 비롯해 코스닥 중소형 IT종목들의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박종현 코스닥팀장은 "거래소의 대중주 강세가 IT종목과 코스닥시장으로 이전될 시점에서 하이닉스 악재가 튀어나와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며 "기술적 반등타이밍이 무르익고 있으며 미국 증시가 안정세로 돌아서기만 하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께 발표될 미국기업의 3분기 실적전망이 불투명한 점이 변수지만 지수비중이 큰 기술주를 제외한다면 소프트웨어 인터넷관련주 등이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