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날, 미국 증시 급락충격이 국내증시를 휘젓고 있다. 주가는 개장과 함께 종합지수 550선으로 수직추락했다. 확대된 변동성은 국내외 불안요인이 겹치면서 아래쪽으로 뚜렷하게 방향을 잡았다. 채권은행 대표자회의가 내달 3일로 연기된 하이닉스는 단기 매수세가 따라 붙으며 사흘만에 상승 반전했다. 그러나 시장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문제 장기화 우려에 걸려 아무도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31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1시 20분 현재 551.45로 전날보다 12.91포인트, 2.29% 하락했다. 거래는 하이닉스 착시현상이 이어지면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이다. 3억9,245만주, 7,905억원 어치가 손을 옮겼다. 전업종 내림세인 가운데 하락종목이 650개를 웃돌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지수방어에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이틀째, 기관이 나흘째 매도 우위다. 선물약세로 프로그램 매도세까지 가세하고 있다. 장근준 SK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 불안요인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급락함에 따라 주가가 큰 폭 밀렸다"며 "더욱이 전날과 같은 전약후강의 모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그 이유로 △전날 낙폭축소를 주도했던 건설주의 가격 부담 △채권은행 대표자회의 연기로 인한 하이닉스 불안감 증폭 △다우지수 등 뉴욕증시 주요지수의 심리적 지지선 붕괴 등을 꼽았다. 9월 국내증시는 세계경제의 동반침체와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눌린 채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3/4분기 실적경고, 10일 시작될 국정감사에 따른 연기금의 매수위축, 13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 등 돌발 악재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더욱이 강세장 전환을 위한 확실한 촉매제가 없다는 점에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보강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10월 2일 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국제펀드의 4/4분기 포트폴리오 변경을 위한 윈도우 드레싱 등 다양한 해외재료와 4/4분기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 등으로 월 후반에는 반등할 것으로 대신증권은 내다봤다. 하이닉스가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날엔 4억2,395만주 이상 거래되며 단일종목 사상최대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채무재조정이냐, 법정관리냐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하이닉스에 대해 시장에서는 △법정관리 △채무재조정과 추가자금지원 △9월 14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발효 이후로 최후결정 연기 등 대략 세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채무재조정의 경우 주가는 새로운 반전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나머지 두 경우에는 실망매물과 함께 하이닉스가 지속적인 시장악재로 역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용규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법정관리로 갈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그 가능성은 무척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만약 3일 채권은행 대표자회의에서 출자전환과 추가자금 지원을 결정할 경우 시장은 새로운 반전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채권단간 이견, 미국의 압력 등으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14일까지 결정을 연기, 좀 더 시간을 벌어놓은 후 제3의 묘안을 찾는 수순이 전개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