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시내망(구리망)을 개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1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정보통신 융합 시대의 산업경쟁력과 경쟁정책' 국제세미나에서 제리 하우스만 미 MIT대 교수는 이같은 논지의 주제를 발표, 관심을 끌었다. 이는 올해말부터 한국통신 시내망을 개방키로 하고 현재 대가산정 방식을 연구중인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날 세미나는 산업연구원(KIET)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했다. 하우스만 교수는 "미국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AT&T의 시내망을 개방하고 그 대가를 비용보다 낮게 책정했다"며 "이 때문에 경쟁사업자들이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보다 망임대를 통한 마케팅에만 치중했고 결국 경쟁력있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해 도산하는 예가 속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간의 경쟁 정도를 볼때 한국통신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므로 시내망을 개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역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상승 서울대교수는 이와 관련, "광역시 등지에서는 시내망 개방을 의무화하지 않고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기한제로 시내망을 개방토록 하는 선별적 규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이동전화 보조금 금지는 그 근거가 됐던 과소비 수입역조에 의한 폐해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고 신기술이 장착된 단말기의 내수와 수출이 늘어나면 무역수지 개선에 크게 도움될 것"이라며 이동전화 보조금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