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자리 수이던 다우지수가 한자리를 잃어버렸고 나스닥은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주가 급락으로 일본 등 아시아 증시의 발판도 무너졌다. 지난 3월 나스닥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무너졌을 때 제기됐던 '증시 공황' 공포감이 다시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 무너지는 미국 증시 =지난 30일 미국 주가폭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수익 목표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발표였다. 월가는 이 회사의 수익 상황보다는 '경영 위축이 유럽과 아시아 시장의 급격한 수요 감소 때문'이라는 배경 설명에 주목했다. 미 경기침체가 이젠 유럽 아시아 등 세계의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주가는 이날 하루만에 18% 폭락했고 IBM(마이너스4%) 시스코시스템스(마이너스6%) AOL타임워너(마이너스6%) 등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광섬유 공급업체로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코닝이 급격한 주문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1천명을 해고한다고 발표, 주가가 17% 급락한 것도 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크레스피는 "미국 등 전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고 있어 정보통신(IT) 산업의 수요를 아예 가늠하기 힘들게 된게 최근 주가 폭락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미 상무부가 이날 지난 7월 개인소비증가율이 전달(0.5%)에 비해 크게 둔화된 0.1%에 그쳤다고 발표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소비는 미국 GDP 구성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보루.지난 2분기 GDP 증가율이 0.2%에 그친 상황에서 소비증가 둔화는 곧바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 바닥 없는 아시아증시 =뉴욕 주가급락의 외부 요인과 국내 경기침체의 내부 요인이 겹치면서 아시아 증시도 연일 급락하고 있다. 일본 증시는 거의 공황 상태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29일 1만1천엔선이 무너진 후 이제는 '마(魔)의 선'인 1만엔마저 위협하고 있다. 31일에도 주가 급락세는 이어져 1만엔선과의 거리가 8백여엔에 불과했다. 이 상태라면 앞으로 3~4일 후면 1만엔도 깨질 수 있다. 올들어 닛케이주가 하락률은 약 22%. 아시아에서 홍콩 다음으로 가장 낙폭이 크다. 특히 9월초에 발표될 2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마이너스 0.9% 안팎)보다 더 나쁘게 나올 경우 주가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홍콩 증시도 경기침체 우려로 연일 급락하고 있다. 연초에 16,000선을 기록했던 항셍지수는 현재 11,000대로 떨어져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주가가 9월에도 하락세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기업실적이 호전되기 어렵고 불안한 경기지표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세계 증시의 내림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정훈 기자.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