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멈추고 주문 뚝 끊겨... .. '中企 경기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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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남동공단으로 들어서는 인터체인지.이곳을 빠져나가려면 평소 20∼30분 걸린다.
화물차 승용차가 뒤엉켜 병목현상을 빚고 있어서다.
하지만 31일 오후 이곳은 논스톱으로 질주할 수 있었다.
그만큼 차량소통이 적은 것이다.
코뿔소처럼 기세등등하게 달리던 화물차의 질주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기계업체 K사.연간 약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중소기업이다.
선반 프레스 소리가 바깥에서도 들리고 마당에서 원자재인 철판이 집채만큼 쌓여 있던 업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기계소리가 잦아들었고 마당에 원자재도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공장내 한쪽에선 기계가 줄줄이 멈춰서 있다.
대신 공장안에는 재고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외환위기때는 내수가 격감해 수출로 활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출주문마저 뚝 끊겨 아주 힘든 상황입니다" L사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20년이상 오로지 제조업을 일궈온 전형적인 중소기업인.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토로한다.
수주량이 외환위기 직후보다 적어 가동률이 70%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다.
외환위기 이전 90% 수준이던 가동률은 외환위기 직후 75%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85% 수준까지 회복됐었다.
하지만 올들어 급랭하고 있는 것.내수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다 해외에서의 주문도 격감한 상태.
"동남아 바이어들이 중국으로 거래처를 속속 옮기고 있습니다.
기술면에서 한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떠오른데다 인건비는 10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게다가 미국 바이어들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신규 주문을 꺼리고 있습니다"
L사장은 "기술력이나 품질이 우수한 우리 회사조차도 이런 지경인데 하물며 더 영세한 기계업체들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한다.
최근의 경기침체가 중소기업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는 더욱 암담한 실정이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천안공단에 있는 건설용 리프트 제조업체 B사.한창 바쁘게 공장이 돌아가야 할 오후 3시인데도 직원 50여명이 족구경기를 하고 있다.
사무실 밖에서 담배를 피며 한숨을 쉬고 있는 K사장에게 휴식 시간이냐고 물었다.
"말도 하지 마라"며 입을 연 그는 "일감이 있어야 일을 할게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직원들 월급은커녕 회사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손에 들고도 담뱃불 붙이는 걸 잊어버린 K사장은 "그래도 올 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올들어 아파트 분양시장이 반짝하면서 월12대 정도 리프트 주문이 B사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최근 몇개월 간은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 겨우 2대의 주문만 들어왔을 뿐이다.
반월공단에 있는 방수제 제조업체 C사는 지난달까지 10ℓ짜리 방수제를 월평균 5백∼6백통을 팔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리모델링으로 수요가 늘어난데다 비가 많이 쏟아져 주문이 늘어났기 때문.그러다가 8월 들어서는 주문이 뚝 끊겼다.
이 회사 L사장은 너무 창피하다며 주문량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치구 전문기자·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