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징용피해자는 1951년에 체결된 미일강화조약의 적용대상이 아니며 65년 한일청구권협정도 미국 법원이 일방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미국 법관의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피터 릭크만 로스앤젤레스 민사지법 판사는 30일 재미 한인 정재원(79) 씨의 징용피해 소송에 대한 일본 다이헤이요(太平洋) 시멘트의 기각요청건 심리에서 피고측변호인들이 미일강화조약과 한일기본협정으로 배상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한데 대해 이처럼 밝혔다. 정 씨 변호인단에 따르면 릭크만 판사는 3시간에 걸친 심리에서 작년 미국 정부의 공식의견서를 인용해 한국은 미일강화조약 체결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징용피해 한인은 조약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릭크만 판사는 또 한일협정은 양국이 체결한 외국조약이므로 미국 법원이 일방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원고측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원고측 변호인 한태호 변호사는 "법원의 일방적 해석 불가는 외국법령(조약)해석시 법률 전문가 의견을 듣거나 조약 당사국이 해석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의 더욱 분명한 태도 표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이헤이요 변호인은 전시 중 일어난 기업의 강제 징용 행위는 정치적 사안으로미국 법원의 심리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배리 피셔와 신혜원 변호사 등 원고측 변호인은 이번 소송이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일본 민간기업에 청구하는것으로 국가차원의 외교 보호권과는 관계가 없으며 정치적 문제도 아니다고 맞섰다. 한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미독 정부 간 협상에 재판이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독일 나치에 의한 유대인집단학살(홀로코스트) 소송을 기각한 적은 있으나 한일 정부 간에는 어떤 협상도 진행 중이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릭크만 판사도 이런 원고 측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릭크만 판사는 강화조약이 캘리포니아주법(일본 강제노동 손해배상 특례법)보다상위에 있으므로 주법에 근거한 소송제기는 상위법 위반이라는 다이헤이요 측 주장에 대해 주법은 지난 50년간 등한시해온 피해자들을 보상하기 위한 법으로 문제가없다는 의견까지도 개진했다. 릭크만 판사는 오는 9월24-28일 서면으로 기각 여부를 통부할 예정인데 주법에근거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여 정씨 소송이 공식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크다. 릭크만 판사는 원고 측에 대해 다이헤이요 측이 제출을 꺼려온 징용자 명단과 임금 대장 등 100여개의 증거에 대한 수집을 계속하도록 명령했다. 정 씨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면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워싱턴DC 등지 법원에 제기된 징용과 위안부 피해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만일 기각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주 항소법원에 상소할 계획이다. 정 씨는 지난 99년 10월 강제징용을 당한 미주 한인으로선 처음으로 일본 시멘트회사 다이헤요 시멘트(정 씨를 강제노동시켰던 오노다 시멘트 후신)을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