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부가 출범초 추진키로 했던 정부채 '조기상환(Buy Back)'이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까 하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최근 들어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약 3천7백억달러의 정부채를 조기 상환해왔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10년까지 모두 2조6천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채를 조기상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물론 미국이 이처럼 조기상환 계획을 구상한 데에는 '재정흑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전제돼 있다. 지금까지는 10년간의 장기호황과 클린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건전화 노력에 힘입어 지난 회계연도에 2천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해 조기상환이 가능했었다. 앞으로 미국이 정부채를 계속해서 조기상환해 나갈 것인지가 관심이 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조기상환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 정부채는 세계 어느 금융자산보다도 안정성과 환금성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따라서 미 정부채에 투자한 자금은 각국의 외환보유고와 연기금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 정부채에 대한 이 자금들의 투자규모가 줄어들면서 국제투자성향과 국제간 자금흐름에 이상 조짐이 일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 정부채와 맞먹을 정도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미 정부기관채'나 세계은행 및 국제결제은행들이 발행하는 '국제기구 채권'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현상이다. 앞으로 조기상환이 지속될 경우 미 정부채에 투자한 자금들은 점차 유로채 사무라이채와 같은 선진국 채권과 초우량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저금리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 정부채 투자자금이 세계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이 고리가 형성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세계 각국이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미국을 비롯 세계경기가 회복될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정부채 조기상환 자금이 증시침체로 인해 미국내에서 모두 흡수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 가치는 7월 중순을 고비로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해 명목실효환율은 4% 떨어졌고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도 3% 정도 하락했다. 동시에 미 정부채보다 안정성과 환금성이 떨어지는 다른 대체수단으로 투자자금이 이동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은 현금 보유성향이 높아지고 각종 파생금융상품과 담보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세계 각국들은 미 정부채에 투자했던 외환보유고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미 정부 계획대로 조기상환을 계속해 나갈 경우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조기상환 계획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하나는 앞으로 예상되는 미국경제 전망을 감안할 때 지금처럼 막대한 재정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적은 상태다. 다른 하나는 부시 정부가 재정적자를 의식해 정부채 조기상환보다 세금감면책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 정부채 조기상환이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