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국社 출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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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의 서울 인사점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인사동번영회 등 일부 상인이 매장 철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건데 이어 최근엔 한 시민단체가 서명운동에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사점이 논란을 빚는 것은 지역적 특성 때문.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번쯤 들르는 '전통의 거리'에 스타벅스라는 거대 다국적 기업의 점포가 들어섰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한잔 4천∼5천원씩 하는 이 회사 커피를 마시는 게 유행이 될 만큼 '스타벅스 열풍'이 거센 탓에 경쟁 업체들이 위협을 느낀 것도 한 원인이다.
스타벅스는 인사점을 내면서 파격적인 '토종화'전략을 폈다.
상호를 한글로 내걸고,건물 외벽과 인테리어를 전통 기와와 한옥창살 등 '한국풍'으로 꾸몄다.
전세계 4천6백개 점포중 'STARBUCKS' 대신 자국어로 상호를 표기한 것은 이곳이 첫 사례다.
물론 인사동이란 지역 성격을 감안해서다.
스타벅스의 인사동 진출에 대해 '명물' 커피점이 들어와 거리가 깔끔해지고 갈 곳이 많아졌다며 환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반면 인사동까지 다국적 외식업체에 점령당한대서야 말이 되느냐는 곱잖은 시선도 있다.
전통 의식,상대적 피해 등으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경우라 하더라도 점포 철수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왜냐하면 인사동이 '문화공간'에서 '먹고 마시는 거리'로 변질된 데는 상인들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을 느껴보기 위해 인사동을 찾았다가 먹거리 가게만 잔뜩 몰려 있어 실망한 외국인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많다.
최근에는 인사동에서 파는 기념품이 대부분 값싼 중국산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철수를 주장하는 상인들은 다국적기업이 토종화 전략으로 한국 소비자를 파고들 때 시장을 지키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외국기업의 공세에 맞서려면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보다 역사가 길고 자존심 강한 중국조차 외국자본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베이징의 자금성 안에 스타벅스를 열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인한 생활경제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