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이 끝난 심은하와 끈질기게 재계약을 추진하던 LG전자가 결국 심은하를 빼고 새 광고를 찍었다. 하지만 이 광고는 혼수시즌을 겨냥해 한달 정도만 집행되고 끝나는 이른바 "브리지 광고"다. LG전자는 심은하를 광고모델로 "다시 모시기"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시하고 계속 노력중이다. LG전자는 왜 한 모델에게 이렇듯 집착하는 걸까. 바로 심은하가 고급냉장고 디오스 냉장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빅모델들이 겹치기 출연과 과다노출로 혼란을 주는 것과 달리 심은하는 디오스 광고에만 출연해 소비자들의 머리속에는 "심은하=디오스"라는 등식이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얼굴마담 전략은 심은하의 고급스런 이미지와 어울리며 후발주자인 디오스가 경쟁제품인 삼성전자의 지펠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원동력이 됐다. 광고주 입장에선 심은하에 애착이 갈 수 밖에 없다. 얼굴마담전략이 흔한 것은 아니다. 스타들이 돈벌이가 되는 겹치기 출연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모델 계약서에는 "같은 업종이나 경쟁제품에 출연하면 안된다"고만 돼 있어 여러품목에 등장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장기홍보전략을 취하고 싶은 대형브랜드와 이미지메이킹을 중요시하는 톱스타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우 얼굴마담전략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SK텔레콤과 한석규이다. 최고의 흥행배우 한석규는 대한민국 이동통신의 대표번호임을 자랑하는 SK텔레콤의 광고 모델로 활동중이다. 그는 5년동안 다른 광고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고 있어 한석규만 봐도 011을 떠올리게 된다. 둘은 조화를 이루며 양자 모두의 이미지를 상승시켜 주고 있다는 평가다. 011 광고제작사인 TBWA코리아는 동서리서치가 지난 6월 전국 3백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011하면 한석규가 떠오른다는 대답이 91.3%에 달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경쟁 관계인 KTF의 강수연도 다른 광고에는 출연하지 않고 있다. 전속기간이 많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강수연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KTF의 브랜드이미지를 높여주고 있다. 얼굴마담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는 다시다(김혜자)와 미원(고두심)을 꼽을 수 있다. 김혜자씨는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제일제당 다시다 광고에만 출연해 한국의 대표적인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고향의 맛을 강조하는 다시다와 푸근한 김혜자씨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며 다시다는 정상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고두심씨도 오래동안 미원광고에 출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엔 톱탤런트 김남주가 수년동안 LG생활건강의 라끄베르광고에서 일관된 컨셉트로 든든한 제품이미지를 쌓아올렸다. TBWA코리아 권태규 차장은 "빅스타의 중복출연은 제품보다는 모델의 인지도만 상승시키는 경우가 많아 광고주들은 얼굴마담 전략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