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자기 재산의 30% 이상을 직간접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에서 주가지수는 미래의 생활지수와 다름이 없다. 주가가 오르면 장래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떨어지면 그 반대로 생각한다. 지난해 3월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5,000선을 넘었던 나스닥은 수직 추락했지만 '구경제'를 상징하는 다우는 그런대로 버텼다. 그런 다우마저 지난주 1주일 사이 4.5% 빠지며 지난 4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10,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이는 미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릴 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소비증대'를 가장 큰 항목으로 꼽는다. 지금의 주가하락도 바로 소비위축에 기인한 것이란 진단이다. 소비는 미국인들의 경제활동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 지난 2분기 소비증가율이 2.5%로 GDP 성장률을 그나마 플러스(0.2%)로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으로 미국 경제의 향방이 소비동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 경제 한복판에는 뚜렷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금환급으로 7월 소득증가율(0.5%)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으나 소비증가율은 전월(0.4%)보다 크게 줄어든 0.1%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저축률이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는데 이는 미국인들이 장래에 대한 걱정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잇따른 해고발표는 앞으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것임을 예고해준다. 올 3월부터 7월 사이에 민간부문에서 45만명 가량이 해고됐다. 기업들이 조만간 해고하겠다고 발표한 숫자만도 30만~40만명에 이른다. 1991~92년 경기침체기 이후 최대규모. 분석가들은 8월 실업률은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4.6%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첨단기술 업체에서 시작된 해고 열풍이 일반 기업체로까지 확대되는 등 실업에 대한 우려가 소비위축의 가장 중요한 요인"(레이몬드투자고문의 이코노미스트 스콧 브라운)이란 설명이다. 개인들이 지고 있는 빚도 심각한 수준이다. 신용카드 빚이 지난해 9.3% 늘어난데 이어 올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부채도 올들어 8% 이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주택구입이 늘어나면서 갚아야 할 주택저당채권(모기지)도 더 많아지고 있다. 물론 호황에 익숙해진 미국인들의 의식구조나 생활습관으로 볼때 소비가 쉽게 꺾이지는 않으리란 전망도 많은 편이다. 현재 미국 직장인들의 약 25%는 그동안 마지막 경기침체기였던 1991~92년에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주택소유자 비율이 최근 사상 최고인 67.5%로 뛰어오르며 지난 10년간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중산층으로 이동하는 등 미국인들 대부분 경기침체에 대한 추억이 희미해진 상태이다. 이들은 그래서 늘 경기에 대해 낙관적이다. 비즈니스위크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지난달말 일반인 1천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심각한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고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한다'는 응답이 63%,'경기둔화가 마무리되면 급속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76%에 달했을 정도다. 미국인들은 지금 세계 최고 경제대국에 걸맞은 높은 생활수준에 익숙해 있다. 본인이 직접 해고를 당하는 등 최악의 상황만 아니라면 그렇게 쉽게 소비를 줄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이다. 정부도 소비냉각을 막기 위해 연일 '낙관론'을 펴고 있다. "0.2%의 성장은 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났음을 보여준 것이고 일단 경기가 회복되면 시장은 살아날 것"(존 테일러 재무부차관)이란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