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장애인이 아닙니다. 남들이 날 장애인이라고 부를 따름이죠.난 정상인보다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왼팔 하나로 프로골퍼가 된 최영환(43)씨. 그는 지금 춘천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레슨프로다. 한 팔로만 치는 레슨프로를 왜 사람들이 찾을까. "힘 하나 안들이고 치는 것을 보고 매우 신기해 합니다. 무슨 비법이 있을 것으로 보고 가르쳐 달라고 하죠" 최영환씨는 고교 중퇴의 학력이지만 골프이론을 누구보다 명쾌하게 정리해 무장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레슨을 배울 수 없어 오로지 책과 비디오로만 독학했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였던 그가 오른손을 잃은 건 19세 꿈많은 시절이었다.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손이 기계에 말려들어가 버린 것. 우리나라 대부분 장애인들이 그렇듯 그는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형이 친구들과 동업해 만든 골프연습장에 잡부로 일하도록 해줬다. 4년간 연습장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고통스런 삶을 연명해가던 중 그는 문득 '나도 골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모두 잠든 밤에 한 팔로 볼을 쳐대기 시작했다. 점차 재미가 붙으면서 하루 1천5백개 이상의 볼을 때렸다. 감이 좋을 때는 클럽을 놓기 싫어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손바닥에 피멍이 수십번 넘게 들었다. 갈비뼈는 몇대가 부러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연습한 지 1년쯤 지난 81년 처음 필드에 나가 1백10타대를 기록했고 3년이 지나 80타대에 들어섰다. 87년에는 세미프로테스트에 당당히 합격했다. 드라이버샷은 2백40∼2백50야드정도 나간다. 처음 거리가 짧을 때는 어프로치샷이 주특기였으나 요즘은 드라이버샷이 장기다. 베스트스코어는 74타. 요즘 평균스코어는 80타 안팎. 아무래도 한 팔로만 치다보니 퍼팅이 가장 약했다. 그는 그러나 TV에서 베른하르트 랑거의 독특한 퍼팅그립(오른손으로 왼손목과 퍼터를 동시에 쥐는 그립)을 보고 난 뒤 자신도 오른팔목을 퍼터 윗부분에 대고 이 그립을 하면서 퍼팅만큼은 두 팔로 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가 춘천시 약사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최영환 골프클리닉'(☎033-242-7727)에는 초보자보다 구력이 꽤 된 골퍼들이 더 많이 찾고 있다. 그는 "몸과 팔 클럽이 일체가 된 채 회전이 돼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팔로만 스윙을 한다"고 아마추어골퍼들의 공통적인 오류를 지적했다. 춘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