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탑골공원은 노인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이때문에 탑골공원의 성역화 추진으로 쉴 곳을 잃은 노인들을 위해 공원근처에 별도의 휴식공간을 제공키로 했다. 서울시는 탑골공원 근처에 자체 소유의 통계청 연수원 건물을 서울노인복지센터로 개조하기로 하고 지난 1월 입찰에 붙였다. 대림산업이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통계청 연수원은 지하1층 지상3층(연면적 1천6백70여평)으로 지은 지 40년된 건물이었다. 수용인원 1백여명인 건물을 최대 수용인원 1천여명은 족히 되는 건물로 바꿔야 했기 때문에 외부는 거의 그대로 두는 대신 내부마감은 모두 철거해야 했다. 대림산업은 두가지 과제를 떠안고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야 했다. 첫째는 공사기간이다. 서울시는 탑골공원의 성역화작업 일정에 맞춰 가급적 빠른 시간안에 통계청 연수원건물을 리모델링해줄 것을 부탁했다. 주어진 시간은 4개월이었다. 대림산업은 설계와 공사를 병행해 나가면 공기(工期)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건물의 도면이 없었다. 지은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겪는 어려움을 대림산업도 맞이했다. 어떤 벽을 어느 정도 헐어야 할지 공사범위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건물측량부터 다시 했다. 실측을 통해 기존 구조물은 해치지 않으면서 확보해야 할 공간을 찾아나갔다. 안전진단도 새로 했다. 리모델링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정들이 적지 않았다.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인력들의 현장지원이 없었더라면 약속한 공기를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리모델링사업부 임호진 과장은 설명했다. 임 과장은 "차라리 건물을 새로 짓는 게 쉬웠을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신축이상의 기술축적을 필요로 하는 분야임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건물구조와 안전문제를 해결한후라 노인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실용적인 건물로 리모델링해달라는 발주처의 요구는 해결하기 쉬운 편에 속했다. 대림산업은 건물에 장애물을 없애는 방식(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을 채택했다.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하고 건물외부에 계단이 없는 유도로(誘導路)도 만들었다. 걷기에 불편한 노인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이용빈도수에 따라 편의시설 층을 달리 배치했다. 자주 이용하는 식당과 휴게실은 1층에,영화관람실 체력단련실 이·미용실 샤워실은 2층에,취미실 공연장은 3층에 각각 마련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도면기록이 있었더라면 서울노인복지센터의 공간활용을 더욱 극대화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