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들의 불량채권에 대한 국제 금융계의 불안이 급속히 확산되자 일본 정부가 '일본발 세계 경제위기' 우려를 진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상은 3일 런던에서 영국 금융당국 수뇌부와 회담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미·영정부를 상대로 해명성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불량채권 처리에 별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지켜봐 달라는 것. 그는 5~6일에는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을 방문하고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도 만난다. 이와 관련,일본 언론은 야나기사와 금융상이 지휘 중인 불량채권 처리 작업이 세 가지 시련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가 불량채권 평가와 대손충당금 적립을 둘러싼 바깥 세계의 불신이다. IMF는 일본 정부가 불량채권으로 분류하지 않은 요주의채권의 태반이 불황 업종에 물린 돈이라며 회수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둘째는 일본증시의 폭락사태. 야나기사와 금융상은 주가폭락으로 일본 은행들이 자본 부족에 빠지고 배당을 못하는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국제금융계의 걱정에 대해 "15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안전망이 갖춰져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불황의 태풍까지 덮친 도쿄증시에 대한 국제 금융계의 시각은 불안으로 가득차 있다. 불량채권 정리에 따른 후유증이 세번째 시련이다. 그는 불량채권의 집중처리 기간인 오는 2004년만 지나면 경제가 정상화되고 불량채권 문제도 급한 불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량채권 처리는 기업 대량도산과 실업을 유발한다. 구조개혁과 잘못된 과거사(불량채권) 청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일본 정부는 금융상의 입을 빌려 '안심'을 강조하지만 '신뢰'를 향한 앞길은 험난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