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재정안정과 중산·서민층의 세부담경감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함께 고려하고 있어 제도의 큰 줄기가 바뀌거나 경제활동에 변화를 초래할 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그동안 경기부양과 관련해 관심이 컸던 감세문제는 종합소득세율을 10% 정도 낮추는 것으로 돼있다. 우리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당장의 현안 해결에 중점을 두기 보다 조세감면 축소,양도세 보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안정과 세제 정상화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경기대응 차원에서 보면 소득세 인하폭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출확대를 통한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보완된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기업세제에 있어서 미조정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구조조정과 관련된 양도세 및 증권거래세,법인세 등의 감면과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키로 한 것은 유감이다. 법인세 과세에 대한 찬반 논란은 학계의 해묵은 과제이지만 근래들어 미국에선 법인세 폐지가 논의되는가 하면 독일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법인세율 인하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해 볼 때 상당폭의 세율인하는 당연하다고 본다.가뜩이나 모든 경제지표들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기업의욕을 부추기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상황이란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눈길을 끄는 두가지 제도변화 가운데 하나인 소득세의 유형별 포괄주의는 조세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이미 제기된 바 있지만 소득유형이 날로 복잡다양화 돼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세법적용에 있어서 과세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자칫 징세권이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유흥업소에 대한 특소세 면제는 그 명분이나 형식에서 문제가 있다. 물론 신용카드 사용과 주류구매 전용카드이용 의무부여 등으로 과표 현실화가 이뤄진 마당에 예외적으로 높은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이고,또 유사업종과의 형평 등을 감안해 볼 때 시정할 필요성은 크다고 본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아직 이른 감이 없지않고,특히 방법에 있어서 시한을 정해 실시할 것이 아니라 세율인하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