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출판 외길을 걸어온 국내 굴지의 인문학서적 전문출판사 대표가 침체된 인문학의 활로 개척을 위해 써 달라며 모교인 서울대 인문대에 3억원을 기증키로 했다. 그 주인공은 국내 인문학 시장에서 단행본 출판시대를 개척,한국 현대사상 고전으로 꼽히는 수많은 시집 소설을 펴낸 민음사 박맹호(67) 사장. 그는 올 초 서울대 발전기금에 '3년 이내 3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를 제출했으며 이미 1억원을 기증했다. 박 사장이 사재까지 털어 기증을 결심하게 된 것은 최근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인문학을 살리기 위한 것.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재학시절 대학신문과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됐던 문학청년 출신으로 책이 좋아 무작정 출판사를 시작했다. 1966년 서울 청진동 사무실에서 직원 4명과 함께 문학전문 출판사로 출발한 민음사는 그간 '오늘의 시인총서'와 문학계간지 '세계의 문학'창간,'오늘의 작가상'제정 등을 통해 시인 김수영과 황지우,소설가 한수산 박영한 이문열 등을 배출했다. 서울대 인문대측은 박 사장이 기증한 돈으로 '민음 인문학 저술기금'을 설립,인문대 교수의 저술 및 연구비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