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도입을 둘러싸고 아직 이해당사자들이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가 내년 7월 시행을 골자로 한 '공익위원안'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정부는 이 공익위원안을 노사정위 본회의에 상정해 오는 15일까지 최종합의를 시도하되 실패할 경우 정부안으로 확정해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니,내심 합의도출보다는 조기도입을 밀어붙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우리는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노사간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함을 여러차례 강조한바 있다. 하지만 최근 노사가 합의하지도 않은 사항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취소한 해프닝이 그렇고,합의가 안되면 정부 단독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노동부의 으름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제 정부는 '연내 입법'이라는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재계와 노동계의 요구를 절충해 만들었다는 공익위원안을 보면 노동시간의 단축에도 불구하고 기존 임금보전 원칙을 명시하고,휴가일수도 노동계의 22일 주장과 근접한 18∼22일로 하는 등 핵심 쟁점사항에서는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도입시기에 있어 내년 7월부터 공무원과 금융업,대기업에서 실시토록 한 것은 노동계의 내년 시행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5일 근무제와 같이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제도를 도입할 때는 제도의 내용만큼이나 도입절차 역시 중요하다. 힘들더라도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실시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새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만 보더라도 법정근로시간을 주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데 11년이 걸렸다고 한다. 노동계가 공익위원안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데다 경영계 역시 수용태세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이면에 혹시 내년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이유라도 있다면 이는 더더욱 옳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터에 기업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노사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을 정부가 앞장서 저질러서는 안된다. 노사 합의도 없는 정부안을 들고 국회에 가봐야 정쟁거리 하나만 추가하는 꼴이 되기 쉽다. 주5일 근무제는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본 뒤 도입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