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력 구조조정'] 삼성생명 역마진부담 조직 '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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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3일 대규모 인력 감축안을 발표했다.
이는 실세금리 5%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 오는 2005년 삼성생명의 지급여력 비율이 금융당국의 보험사 건전성 최저한도인 1백%를 밑돌 수 있다는 맥킨지컨설팅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생존'을 위협받는 대내외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얘기다.
삼성생명은 맥킨지의 최종 경영진단 보고서를 바탕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했다.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이 고강도 인력구조조정에 착수함에 따라 초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생보업계 전체가 구조조정의 태풍권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배정충 사장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최근 맥킨지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은 결과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 구조조정의 배경 =맥킨지는 삼성생명의 미래 보험금 지급 여력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경영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삼성생명의 미래 자산 및 부채 가치를 현재 가치로 역산하는 MVS(Market Value of Surplus) 기법을 썼다.
맥킨지측은 특히 시중 실세금리가 추가로 떨어지면 지급여력 비율이 1백% 밑으로 낮아지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삼성이 이미 판매한 보험상품의 부담 금리(평균 7.8%)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현재 확정금리형 장기상품 비중은 65%에 달하며 이중 76%가 연 7% 이상의 고금리를 약속한 상품이다.
특히 삼성은 외환위기 직후 고금리 일시납 확정금리 상품을 무더기로 팔아 운용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삼성생명 보유 채권의 평균 잔존 만기 기간은 1년 8개월에 불과해 2003년 이후 역마진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맥킨지는 진단했다.
문제는 이런 역마진 현상을 해소할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
삼성이 초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 구조조정 내용 =8천여명의 인력중 4백여명을 명예퇴직시키고 3백여명을 관계사로 전출하는 등 올 연말까지 모두 1천50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1백여명은 남성 전문설계사로, 2백50여명은 법인대리점장으로 전업하도록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와 함께 오는 10월부터 99개 지점중 10곳을 통폐합하고 1천4백20개 영업소중 90곳을 없앨 계획이다.
물론 고효율 중심으로 영업망을 바꾸고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자산운용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은 지금까지 거론된 생보사의 구조조정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생명은 이번 인력 감축이 마무리된 이후 대내외 여건 및 경영상황을 감안, 추가 인력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성 설계사 중심의 영업조직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5만7천7백명에 달하는 설계사 수가 향후 2년내 4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 상품도 종신보험 등 보장성 중심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 생보업계의 파장 =삼성의 이번 발표는 교보 대한생명 등 다른 생보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생보사들이 초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발생으로 경영이 어려워졌다.
올들어 두차례에 걸쳐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취약해진 경영구조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보사들은 주식시장 침체와 채권금리 하락으로 자산 운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용 절감 등을 통한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 인력 및 조직축소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