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벤처를 발굴해 육성하고,적기에 투자과실을 따내는 "묘기"를 부려야만 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겐 어떤 자질이 있어야하나.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러나 창업투자회사인 코리아21벤처캐피탈의 권영건(45) 대표가 걸어온 길을 보면 마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해 오래기간을 준비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권대표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다양한 업종을 건너 다닌데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재 "마당발"소리를 듣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전문용어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 권대표는 짧은 기간이나마 영자신문의 수습기자 생활을 경험했다. 증권회사들을 상대로 정책금융을 주로 집행했던 증권금융(주)에서도 일했다. 재충전을 위해 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에 지원해 들어가 2년동안 "지독하게" 공부하고 졸업장을 받았다. 증권회사에 입사해 비교적 오랜기간 근무했다. 증권회사 부장시절에는 틈틈히 시간을 내어 1주일에 2시간 정도는 모 여자전문학교에서 생활영어 강의를 맡았다. 외환위기 사태이후 증권사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투자자문회사를 세워 경영자가 됐다. 당시 비교적 큰 자문회사였던 대유투자자문을 M&A(합병인수)하는데 성공해 투자자문업계의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마침내 작년 11월에 코리아21벤처캐피탈을 설립하면서 창업투자업계에 뛰어들었다. "증권금융(주)에 근무할때 영어로 된 보고서 교열을 봐주었던 외국인과 남다른 교분을 나누면서 현장 영어를 배웠습니다" 당시 증권금융(주)이 IFC(국제금융공사)로부터 출자를 받았던 금융기관이었기 때문에 영자 보고서가 많았고 영어로 업무보고를 할 때도 흔했다고 한다. "그때 뉴욕금융연수원 텍스트를 영어공부 교과서로 삼았는데 이를 계기로 선진 증권자본시장의 구조를 파악하게 됐습니다"당시로서는 한국에 생소했던 전환사채같은 신종채권이나 선물 옵션시장까지 알게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본시장이 한국에서도 급팽창할 것이라는 예감이 왔다고. "갈수록 정체되는 조직이 싫어서 증권금융(주)에 사표를 던지고 도전하는 기분으로 통역대학원에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예감을 쫓아 졸업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증권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권대표는 증권회사 시절에 조사부와 국제부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이 벤처캐피털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보고 창업투자회사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권대표의 코리아21벤처캐피탈은 대표이사의 경력을 십분 활용해 기본적인 창업투자(벤처투자)에 자본시장의 자산운용을 가미해 수익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을 장기로 삼고 있다. 이에따라 작년 11월에 설립해 금년 6월 첫결산(6월말결산법인)을 하면서 비록 8개월동안이지만 극심한 불황속에서 적은 규모나마 흑자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권대표는 벤처업계및 자본시장의 불황으로 창업투자회사의 난립상태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의 극심한 한파에서 살아남는 창업투자회사들은 스스로도 놀랄만큼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경쟁력 있는 창업투자회사가 많아야 벤처기업인들도 살아날 수 있다는게 이 캐피털리스트의 지론이다.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