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디지털 경영에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철이 지난 7월부터 경영정보 통합시스템인 포스피아(POSPIA)를 대대적으로 가동한 것이나 INI스틸이 신경영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중장기 정보화전략을 세운 것도 디지털 경영의 한축이다. 동국제강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굴뚝산업인 철강업계에 디지털 경영은 왜 필요한 것일까. "광속으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경영도 변해야 한다. 사람 자본 기술을 투입해 재화를 창출하는 경영의 기본원칙은 그대로다. 그러나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그런 기본원칙을 적용하는 속도는 훨씬 빨라지게 됐다. 철강산업을 비롯한 전통적인 제조업에도 이런 개념은 그대로 적용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피디하게 움직여야 한다" 포항제철 유상부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디지털 경영론이 그 대답이다. 산업과 제품에 관계없이 디지털 경영에 나서지 않고서는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 포철 산하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신영종 수석연구원은 더욱 구체적인 배경에서 디지털 경영의 중요성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철강업계 디지털 경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디지털 경영을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로 세계적인 철강경기 불황을 논리적 근거로 든다. "철강 수요부진에다 공급과잉 상황이란 곧 바이어(수요자) 우위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말한다. 고객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짜지 않고서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고객들의 입맛을 얼마나 잘 충족시키느냐가 경쟁력이다. 단순히 가격경쟁력,품질경쟁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비가격 경쟁력이 필요하다" 그는 이어 "비가격 경쟁력은 다름 아닌 고객 서비스다. 고객서비스란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철강재를 정확하게 공급해 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정교한 수요예측에다 오차없는 납기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 바로 디지털화된 프로세스가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누가 빨리 디지털 경영을 도입하고 정착시키느냐가 경쟁력 확보의 관건인 셈"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디지털 경영을 위한 투자. 신 수석연구원은 "그나마 국내 철강업체들은 투자여력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설비경쟁력이 있고 자금여력이 있을 때 전자상거래, ERP 구축 등 디지털 경영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부문에 투자해두는게 현명한 전략이라는 것.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임정성 연구위원은 "실제 철강 전자상거래의 경우 미국 철강업계들은 도산을 막는데 급급해 뒷전으로 밀어버렸고 유럽 철강업계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편"이라고 전한다. 반면 포철 INI스틸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 국내 업체는 디지털 경영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포철은 포스피아 구축에 약 2천억원을 쏟아부었다. INI스틸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통합생산관리시스템(CIM) 구축을 위해 34억원을 투자했다. 물론 철강업체들이 추진중인 디지털 경영의 최종 겨냥점은 고객만족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