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지그룹 회장인 이용호(43)씨가 검찰에 전격 구속됨에 따라 증권가에 비상이 걸렸다. 수급이나 투자심리를 지렛대 삼아 주가를 움직여 보려던 사람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씨 외에 부실기업에 투입된 자금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기획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대검 중수부가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와 비슷한 사건을 추가로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검찰이 '작전세력 소탕'에 본격적으로 나선 형국이다. ◇수사대상은 부실기업 인수자금=검찰은 이번 수사를 '공적자금 기획수사'의 첫 케이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적자금은 정부 공적자금뿐 아니라 부실기업에 투입된 돈도 포함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따라서 99년 이후 부실 상장·코스닥 기업을 인수했던 기업구조조정조합 또는 구조조정전문회사 등이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도 처음에는 세종투자개발로 시작해 지앤지구조조정전문회사를 만들어 부실기업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횡령과 불법대출,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도 감시의 눈초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씨가 대양상호신용금고로부터 동일인 대출한도를 30억원이나 넘겨 대출받은 사실을 올해 초 적발,초과 대출분 회수조치를 했다. 이씨는 자금줄이 막히자 결국 보물선 인양이라는 재료를 동원해 삼애인더스(옛 삼애실업)의 주가를 조작,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 금감원이 파악한 이번 사건의 주요 내용이다. ◇불공정거래 조사도 강화=금감원은 우회 상장 또는 A&D(인수 후 개발) 등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금감위에 조사정책국을 신설,검찰은 물론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과 공조체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현재 K사 등 50여개 코스닥 종목을 포함해 1백여개 종목을 조사 중이다. 증권업협회도 주가조작 또는 내부자거래 혐의가 있는 60여개 코스닥 종목을 금감원으로 넘겼다. 금감원이 이미 검찰에 넘긴 종목 중에 코스닥 종목이 많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해 수사의뢰한 종목만도 C산업 G전자 L홀딩스 등 85건이다. 지난 한햇동안 검찰에 넘겨진 81건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이 가운데 코스닥 종목의 경우 지난해 20건에서 올 들어 7월 말까지 37건으로 급증했다. ◇시장 반응=삼애인더스 인터피온 등 지앤지 관련주는 4일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작전세력이 붙은 것으로 알려진 일부 코스닥 종목도 하락폭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특히 작전세력과 결탁해 그동안 '3·7제' 등으로 수익을 나눠 가졌던 일부 큰손들도 긴장하고 있다. 작전종목에 투자해 성공하면 30%는 브로커가 먹고 나머지 70%를 투자자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작전자금을 조달하는 행태도 횡행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상황이 좋지 못한 때 검찰이 악재를 만들어야겠느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사가 투자상담사의 비리실태 파악 등과도 연결된 것 같다"며 "검찰의 수사 초점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