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7만개...43만명 취직전쟁 .. '한숨짓는 대학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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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 뭐하나,뽑지도 않는다는데…"
5일 오후 서울 K대학 도서관앞 잔디밭.
삼삼오오 모인 졸업반 학생들이 취업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방학을 끝내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웃음꽃을 피울 법도 하건만 경기 때문인지 밝지만은 아닌 분위기다.
경제학과 정모(27)씨는 "재계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는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같은 과 김모(28)씨는 "외환위기 시절보다 상황이 심각할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또 다시 취업대란이 오는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취업예비군인 대학 4학년 학생들의 마음이 무겁다.
국내 IT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삼성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지난해에 비해 채용규모를 줄일 예정인데다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보다 경력자 위주의 상시채용을 선호,취업문이 그 어느 때보다 좁아졌기 때문이다.
◇암울한 취업기상도=올 하반기 취업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벌써부터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말 LG전자가 실시한 해외영업 및 마케팅분야 수시모집에는 20명 정원에 무려 3천명이 지원,접수를 조기마감했다.
관리부서 인력 1명을 충원하기 위한 IBM의 채용공고에는 6백9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남양유업이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채에는 식품공학 등 특정학과에 한정된 생산관련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1천부 이상의 지원서가 접수됐다.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는 점이다.
취업알선 전문기업인 리크루트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20∼30%가량 모집인원을 줄였고 채용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전체의 30∼40%에 이른다.
종업원 2백∼9백명 수준의 중견기업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취업정보업체인 스카우트는 최근 중견기업 1백16개사를 조사한 결과 하반기 공채계획이 있는 기업은 42개사에 불과하고 그나마 채용인력도 지난해의 절반 정도라고 밝혔다.
◇'살길' 찾는 학생들=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을 향한 학생들의 움직임도 예년과는 달라졌다.
광운대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홍보용 CD롬을 제작해 각 기업에 배포했고 1년에 한번 졸업앨범을 제작하는게 고작이던 각 학교의 졸업준비위원회는 '취업준비위원회'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일부 학생들은 눈높이를 대폭 낮춰 인력파견업체의 문을 두드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인력파견 전문업체인 S사의 한 관계자는 "파견근로에 대한 대학생들의 문의가 늘어나곤 있지만 요즘엔 파견인력조차 뽑으려는 업체가 없어 다리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학편입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좀더 높인 뒤 취업전선에 뛰어들려는 시도도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대학편입학 전문학원인 김영편입학원에 따르면 올 2학기 편입학 문은 지난해 2학기에 비해 훨씬 좁아졌다.
지난해 수도권 30여개 대학의 편입학 경쟁률은 평균 4대 1이었던데 반해 올해는 7대 1을 넘어섰다.
◇하반기 취업시장 전망=아직 하반기 취업상황을 단정짓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체로 '취업 대란'쪽으로 기울고 있다.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은 "올 하반기엔 IMF위기 때를 능가하는 취업난이 우려된다"며 "취업희망자는 43만명에 달하는 반면 예상되는 일자리는 7만여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소 6대 1 이상의 경쟁을 뚫어야만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