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일부 대주주는 건실한 기업 경영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코스닥을 통한 재테크를 본업으로 삼을 정도로 모럴 해저드가 극심하다. 시장참가자들도 오로지 머니게임에만 몰두한 나머지 작전과 허수주문을 일삼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 시장 모두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런 머니게임에 지친 투자자들은 속속 코스닥을 떠나고 있다. 주가수준이 문제가 아니다. 거래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왕가뭄처럼 거래가 바짝바짝 말라붙고 있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지난달 17일 이후 줄곧 1조원을 밑돌았다. 지난 3일엔 거래량 연중최저치까지 갈아치웠다. 코스닥을 고사위기로 내모는 것은 IT(정보기술) 경기 침체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시장을 황폐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인위적으로 시세를 만들어 보겠다는 대주주와 투자자들의 '욕심'이다. 다른 말로는 '작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용호 게이트가 단적인 사례다. 삼애인더스에 이어 영남제분의 대주주도 구속영장을 받았다. 건강한 투자문화를 만들어내고 건전한 자금조달 시장으로 거듭나려면 얼마나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장난이 난무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하상주 본부장은 "코스닥에선 기업의 내재가치 등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이나 재료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코스닥 투자문화가 바뀌어 시장참가자들의 신뢰를 얻기 전에는 기업에 대한 자금줄 역할이란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작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화불량' 현상도 코스닥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올들어 코스닥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이 1백12개(뮤추얼펀드 포함)나 된다. 연내에 들어올 기업도 심사 대기중인 업체 기준으로 1백55개사에 이른다. 반면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돈은 한정돼 있는데 시장에 들어오는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니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빚어내고 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