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의 상승세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달러/원 환율이 소폭 오름세를 띠며 사흘째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오름세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상황. 달러/엔의 그림자 내에 있으면서도 핑계만 있으면 자체적인 흐름을 가지려는 의사는 있지만 기업들의 참여 등이 부진해 좀처럼 횡보세에서 빠져나올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0원 오른 1,2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 이동은 불과 2원에 그쳤다. 개장초 1,283원선에서 오름세를 타던 환율이 달러/엔을 따라 추가 상승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물량 공급 등으로 꺾여버린 뒤 주로 1,282원선에서 말뚝을 박다시피 했다. ◆ 에너지 축적 기간이 길어지는 장세 = 수급이나 재료의 흔들림없는 중립적인 자세는 달러/원의 움직임을 억제시키고 있다. 달러/엔의 저점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채 환율은 완전히 '고인물'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내일 국내총생산(GDP)발표를 앞두고 120엔에 오르기는 힘들 것 같고 119엔대에 계속 머물 것 같다"며 "수급상 특별하게 부각되는 요인도 없어 내일은 1,281∼1,283원의 지리한 횡보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달러/엔에 연동되면서도 국책은행에 의한 시장 루머가 퍼지면서 아래위로 단단히 막혀 있다"며 "달러/엔이 조정을 보고 있지만 바닥 확인은 아직 되지 않아 내일도 1,281∼1,284원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단발성 뉴스는 현재의 박스권을 깰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달러/엔이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잡아줘야만 한다"며 "당국이야 이같은 횡보세가 좋겠지만 문제는 딜러들"이라고 푸념을 늘어놨다. 향후 대우차, 하이닉스 반도체, 현대투신 등의 구조조정 현안에 대한 해결이 있어도 일시적인 호재로 작용할 뿐 환율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변동성 위축 여전 = 이날 환율의 이동폭은 2.00원에 불과, 지난 3일 1.50원, 4일 2.70원에 이어 극도로 움츠리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이었다. 밤새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의 예상밖 호전으로 달러 강세가 되살아날 기미가 띠었으나 달러/원에는 반영정도가 낮았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56분 현재 119.73엔이다. NAPM지수의 상승과 닛케이지수의 하락으로 한때 120엔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던 달러/엔은 런던장에서 차익실현 매물의 등장으로 오름폭을 줄이고 있다. 달러화는 전날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의 긍정적인 신호로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 뚜렷했다. 일본 외환 당국은 이날도 구두개입에 나서 엔화 약세 유도 의사를 표명했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를 따라 달러 매수에 적극 나섰으나 관망세로 다시 돌아섰다. 오전장중 삼성전자의 네고물량이 5,000∼1억달러 가량 나와 환율의 상승을 막은 반면 결제수요도 1,282원선에서 유입됐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기업의 실수는 자취를 감췄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40원 오른 1,282.30원에 출발한 환율은 달러/엔의 상승세와 역외매수세를 배경으로 서서히 오름세를 타 10시 21분경 이날 고점인 1,283.60원까지 올랐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은 1,283/1.284.50원에 마감했었다. 이후 환율은 매물벽에 막혀 추가 상승은 저지됐으며 한동안 1,283원선에서 머뭇거리다가 업체의 물량 공급으로 1,282원선 후반으로 소폭 밀려 거닐다가 1,282.8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높은 1,282.70원에 다시 문을 연 환율은 줄곧 1,282.20∼1,282.70원 범위에서 판박이처럼 들러붙었다. 달러/엔의 미세 변동에 반응한 환율은 3시 32분경 1,282.80원으로 잠시 올라서기도 했으나 달러/엔이 119.50엔대로 내려서고 물량 부담을 확인하고 4시 22분경 이날 저점인 1,281.60원까지 내렸다. 장중 고점은 1,283.60원, 저점은 1,281.6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불과 2원에 그쳐 최근의 극도록 위축된 변동성이 이어졌다. 이틀째 주식 사자에 치중한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37억원, 60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환율의 움직임을 유발할 수 있는 변수로서 작용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5,2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8,8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4,900만달러, 4억7,110만달러가 거래됐다. 6일 기준환율은 1,282.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