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책임은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고 있는 지역사회는 물론 전세계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우리는 선량한 시민이 돼야 하며 선행과 자선을 베풀고 적절한 세금을 내야 한다.사회의 발전과 건강 및 교육의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환경과 천연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윤리경영의 선두기업으로 손꼽히는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이 1943년부터 제정해 실천해오고 있는 "우리의 신조(Our Credo)"중 일부다. 이 회사는 미국 뉴브런즈윅 본사는 물론 세계 각지의 현지법인에도 석판이나 목판에 이를 새겨 현관에 걸어놓고 있다. "첫번째 책임은 고객이며 둘째는 직원,셋째는 지역사회,넷째는 주주에 대한 책임"이란 내용이다. 창업자의 손자인 로버트 존슨이 명문화해 만든 이 신조는 미국식 윤리강령의 표본이 됐다. 존슨앤드존슨의 윤리강령은 만든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유명한 게 아니다. 강령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경험을 갖고 있다. 바로 "타이레놀 사건"이다. 지난 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 제품을 복용한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지난 70년대에 개발한 해열진통제로 이 회사 순이익의 17%를 차지하는 주력상품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조사결과 사망자가 먹은 타이레놀에 독극물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존슨앤드존슨은 고객에 대한 책임을 내세운 "신조"에 맞춰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타이레놀을 사먹지 말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제3자가 독극물을 주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해당지역인 시카고에 배포된 제품을 거둬들이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시카고는 물론 전국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여기에 든 비용은 모두 1억달러. 이처럼 철저하게 "신조"를 지킨 결과 소비자들로부터 변함없는 신뢰를 받게 됐다. 지금도 미국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해열진통제로 자리를 잡았고 전세계에서 연간 15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또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행동을 가족들에게 얼굴을 붉히지 않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윤리에 어긋나지않는지 스스로 자문해보도록 하는 "레드 페이스(Red Face)테스트"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3M은 세계적으로 정교한 윤리경영 매뉴얼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업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연간 50달러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수 없다.다만 카피와 도넛은 제외된다"(선물증여 항목)는 식이다. 3M은 35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기업윤리 전담반(제너럴 카운슬 오피스)을 두고 매뉴얼 제정이나 교육 및 감독업무를 맡기고 있다. 이 회사는 또 "3M은 법률이 요구하는 것 이상을 원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다. 미국에서 환경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75년 "3P(Pollution Prevent Pays)"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그런 원칙에 따른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이밖에 독일에서 인생상담을 원하는 청소년을 전문가들에게 연결해주는 노키아,윤리와 투명성을 "기업을 움직이는 엔진"이라며 엄격한 품질기준을 적용하는 네슬레 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기업들이 한결같이 윤리경영 실천에 매달리고 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