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춤이 서울로 몰려온다. 국내의 최대 무용 페스티벌로 자리잡은 '제4회 세계무용축제(SIDance 2001)'가오는 10월 7일 개막해 11월 5일까지 풍성한 춤의 잔치를 벌인다.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국립국악원,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 시내 주요 공연장의 무대가 한달여간 해외 9개 단체, 국내 26개 단체의 춤으로 채워진다. 주최자인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공동회장 이종호.허영일)는 6일 "세계무용축제는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어 국제적인 댄스 페스티벌과 어깨를 겨루는 단계에 왔다"며 "올해는 예술성이 높으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는 작품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무용팬이라면 설렐만한 공연이 여럿이다. 트렌스젠더 무용수인 중국의 진싱(金星.34)이 맡는 개막무대. 28년은 남자로, 그 뒤 6년은 여자로 살아오며 국내에서도 자서전 '신의 실수도 나의 꿈을 막지 못했다'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그가 중국의 대표적 현대무용 안무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으며 무대에서도 화제를 뿌릴지 주목된다. 상하이(上海) 진싱현대무용단의 공연작은 '상하이 탱고'이다.(10월 7-9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프랑스 장-클로드 갈로타 무용단의 '마르코 폴로의 눈물'(10월 12일.토월극장)도 놓칠수 없다. '동방견문록'을 쓴 탐험가 마르코 폴로의 중국에서의 일상을 저명 안무가인 장-클로드 갈로타가 무용으로 빚어냈다는 특색도 있지만, 작품을 리드해가는 여성 주역무용수가 현대무용에서는 드물게 유럽 진출에 성공한 한국인 김희진이다. 이스라엘 인발 핀토 무용단의 '오이스터'(10월 19일.토월극장)는 서커스인 듯 연극인 듯한 독특한 색채의 무용극을 객석에 선사한다. 네덜란드 인트로단스 무용단의 산하단체인 청소년 앙상블은 '토이 스토리'(10월1-22일.토월극장)로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어린이.청소년 무용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계무용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스위스의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11월 3-5일.세종문화회관)은 연초부터 무용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무대이다. 금세기 최고의 현대발레 안무가로 꼽히는 모리스 베자르(74)는 자신의 무용단인 '베자르 발레 로잔'을 이끌고 아시아 투어의 첫 공연지로 서울에 들러 최근 해외공연 때마다 빈번히 소개했던 'Ballet for Life'(97년작)을 무대에 올린다. '이른 나이에 죽은 모든 이에게 바치는 작품'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요절한 젊은 예술가들을 추모한다. 베자르는 92년 베자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다 에이즈로 사망한 호르헤 돈(조르주 동), 그리고 그보다 1년 전 역시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영국 록그룹 '퀸'의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을 계기로 작품을 구상했다. 처음 내한하는 베자르는 공연 외에도 국내의 문화예술계 인사와 대담하는 친교의 시간을 별도로 가질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세계 민속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큰 무당 김금화씨가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김금화의 대동굿'을 갖는다.(10월 7일.예술의전당 돌의 광장) 또 ▲전통춤에서 현대창작춤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신무용을 정리한 '다시 보는 신무용'(10월 12-13일.국립국악원) ▲이대건씨 등 35세 미만의 젊은 안무가가 꾸미는 '젊은 무용가의 밤'(10월 14-15일, 17-1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안애순.권금향.박경숙씨의 '우리춤 빛깔찾기'(10월 16-17일.토월극장) ▲20대 후반 무용수의 신세대 무대인 '별난 춤, 별난 춤꾼'(10월 20-21일. 자유소극장) ▲안은미씨 안무의 '대구별곡'(10월 29일.호암아트홀)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quintet@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