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봉급자 세금 56%나 더 거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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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봉급생활자들은 근로소득세로 예산에 잡혔던 것보다 무려 56%인 2조3천4백억원이나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알 지갑'이라 불려 왔던 봉급생활자들이 세금에 관한 한 봉 노릇을 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기회있을 때마다 봉급생활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겠다며 생색을 내온 정부로서는 할말이 없게 됐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는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하면서 각종 소득공제 확대를 통해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을 1조2천억원 낮춰 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99년보다 무려 32%나 더 거두어 정부발표는 생색내기에 그친 결과가 됐다.
정부에서는 연봉제가 확대 실시되고 판공비를 연봉에 합쳐 지급하면서 고액소득자가 많아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예산에 비해 56%나 더 걷힌 것은 99년 세수실적에 비해 7천억원이나 낮춰 잡은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재정운용의 안정성을 핑계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세수추계와 이를 토대로 세법을 개정해온 오랜 관행의 결과인 것이다.
물론 예산을 짤 때 다음해 세수를 정확히 추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터무니 없는 세수추계에 따라 경제운용이 왜곡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의 경우 통합 재정수지의 추계와 실적치간 오차가 무려 GDP의 3%에 이르러 현실 경제상황과 동떨어진 재정운용을 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이와같은 엉터리 세수추계의 이면에는 세정당국이 실적의 초과달성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세수를 낮게 추정하는 관행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고 보면 이는 시급히 시정돼야 마땅하다.
정부는 얼마전 정기국회에 제출할 세법 개정안을 통해 봉급생활자 위주로 1조5천억원의 소득세를 깎아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또 한번의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매우 크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세수추계를 토대로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이 과도하지 않도록 세법개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비해 세원노출 정도와 비용공제면에서는 물론이고 원천징수,신고납부 수정권한 등 세정면에서도 현저히 불리한 취급을 받고 있어 형평차원에서도 이는 반드시 시정할 필요가 있다.
세수확보를 위해 손쉬운 봉급생활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봉급생활자 세금경감이 말로만 끝나지 않도록 세법개정안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