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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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비서협회(IAAP)의 정의에 따르면 비서는 '숙달된 사무기술을 지니고 직접적인 감독 없이도 책임있는 능력을 발휘하며 창의력과 판단력으로 주어진 권한 안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간부 보좌인'이다.
실제 미국의 관리·전문직 종사자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로 여겨지던 비서가 최근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자매지인 배런즈에 따르면 87년 5백20만명에 달하던 미국의 비서직 종사자가 작년 6월말엔 3백40만명으로 확 줄었다는 것이다.
관리직 종사자는 많아지는데도 비서가 적어지는 건 기업이나 기관의 비용절감 탓도 있지만 e메일과 음성메일 전자수첩등 정보통신(IT)기술이 일반화돼 타이핑이나 전화,맞춤법 교정등 비서의 전통적 일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결국 대부분의 비서가 자료찾기와 그래프작성등 기존업무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복잡한 일을 하게 됐는데도 전체적인 수요 감소로 연봉은 2만4천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보도다.
비서에 대한 인식이나 요구가 바뀐 만큼 1911년 창설된 캐서린 깁스 비서학교에선 교육내용을 컴퓨터 능력 위주의 경영보좌 프로그램으로 대폭 변경했다고도 한다.
사정이 달라진 건 국내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세계화및 해외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외국어실력과 국제감각을 갖춘 비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68년 이화여대에 비서학과가 개설되고 국가 공인 비서자격증도 생겼지만 정작 전문비서의 수요가 늘어난 건 최근이다. 지난해엔 6백여명의 회원을 둔 한국비서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새출범,전문비서 윤리강령을 선포했거니와 단순한 업무보조자로서의 여비서는 멀지 않아 사라질 게 틀림없어 보인다.
이화여대에서 커리큘럼을 국제사무, 웹정보 관리,국제컨벤션 기획,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다양화하고 학과 명칭을 'International Office Management'로 고친 것도 급변하는 환경에 부응하려는 노력일 터이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좁아지는 건 여비서 자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각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탄탄한 실력을 쌓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