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은 6일 오후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믿었던 당총재인 이한동(李漢東) 총리가 총리직 잔류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럴 수가 있느냐"며 경악과 분노감에 휩싸였다. 고위당직자들은 "믿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속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가 하면 일본에서 귀국을 준비중인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소재파악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또 소속의원들은 "자민련에 와 총재와 총리등 단물만 다 빼먹고 '썩은 단칼'로 배신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욕먹는 것"이라며 욕설에 가까운 온갖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와 민주당의 자민련 고사작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며 여권을 겨냥한 원망과 함께 당의 앞날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완구(李完九) 총무는 "여권이 보수색 강화라는 절박한 사정에서 유임을 종용한 듯 하지만 국민들은 변절된 보수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변절자 이미지로 국정수행 및 국회관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김학원(金學元) 의원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생은 길다"고 비꼬았고,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인간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며 "하늘도 노해 검은 비를 내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조희욱(曺喜旭) 의원도 "혈혈단신으로 자민련에 와 총재와 총리직 등 단물만 다빼먹고 '썩은 단칼'로 자민련을 배신하고 양지만을 쫓아다닐 수 있나"며 "소신도 박력도 철학도 없는 사람으로 껍데기뿐인 총리를 탐낸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이 욕을 먹는 것"이라고 흥분했다. 반면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불행한 일"이라며 당의 앞날을 걱정했다. 한 당직자는 "청와대측이 자민련 고사작전에서 당 총재인 이 총리를 빼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교섭단체 붕괴에 이어 구체적인 시련이 시작된 것같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기자 sangin@yna.co.kr